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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돌발적인 천안함 거론 정상회담 의제화 복선?

중앙일보 2018.04.13 06:00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2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월 27일 평양으로 귀환하기 위해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사진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월 27일 평양으로 귀환하기 위해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사진취재단

 
김영철은 2010년 3월 26일 밤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대남 공작 부서인 정찰총국의 수장이었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김영철과의 회담에 참여했던 전직 당국자는 “2014년 10월 열린 군사회담에서 정부는 북측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며 “회담 때 북측 대표였던 김영철은 듣기만 했을 뿐 일체의 대꾸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그가 천안함 사건을 언급한 건 자신이 아닌데 남측에서 그리 주장한다는 식의 비아냥이거나, 부정하는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영철 발언 이후 각종 언론을 통해 천안함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남측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취지다. 지난 7일 대외 인터넷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1번’ 어뢰를 비롯한 증거자료들은 객관성과 과학성이 결여된 것으로 하나같이 의혹과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0일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북남(남북)관계를 도륙 내기 위해 날조해낸 천안호 침몰 사건이라는 적폐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건 발생 직후 조사 당국은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건져 올린 북한산 CHT-02D 어뢰의 추진체 옆에 적혀 있는 ‘1번’이라는 글씨가 북한 소행의 증거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이런 북한의 행동은 남북정상회담(27일)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방한한 김영철이 국내 단체들의 집회로 인해 통일대교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직접 분위기를 경험한 것도 한 몫 했을 수 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회원들이 지난 2월 2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회원들이 지난 2월 2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정은은 최근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2월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2030세대들의 반발이 김정은에겐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복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완전히 부인하며 선을 그으며 다시 거론하지 말자고 주장하거나, “우리(북한)가 하지는 않았지만, 남측에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니 어쨌든 유감”이라는 식으로 정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령 북한이 그런 식의 정리를 꾀하더라도 한국 여론이 수용할 수 있지는 미지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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