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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유령주식 쇼크에 놀라 팔았다가 손실…절반 이상 개인투자자

중앙일보 2018.04.13 01:00
지난 6일 오전 9시 주식시장이 개장하고 30여 분이 흘러간 시각. 삼성증권 주가에 이상한 흐름이 포착됐다. 수백만 주에 달하는 대량의 주식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사고난 6일 매도 피해 투자자 전액 보상
하지만 이후에도 내리 주가 하락, 피해 확산
7~11일 주식 매도해 손실, 54%가 개인 투자자
사고 이후 주가 하락 ‘베팅’ 공매도 4배 급증

100만 주가 한꺼번에 매도 창에 뜨기도 했다. 전날 3만98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는 이로 인해 3만5150원으로 12% 가까이 추락했다. 영문을 모르는 투자자들은 이유를 몰라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에 놀라 주식을 판 투자자 절반 이상이 개인으로 드러났다. 11일 오전 서울의 한 삼성증권 지점. [연합뉴스]

삼성증권 유령 주식에 놀라 주식을 판 투자자 절반 이상이 개인으로 드러났다. 11일 오전 서울의 한 삼성증권 지점. [연합뉴스]

오전 10시가 넘어가며 주가는 3만7000~3만8000원대로 회복했지만 하락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진상이 드러난 건 그러고도 30분이 더 흐른 시간이다. 
 
삼성증권은 오전 10시 38분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배당금 대신 주식이 입고되는 전산 문제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주 내내 주식시장을 흔든 ‘유령 주식’ 사고의 시작이다.
 
사고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여진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6일 이후 연일 하락했던 삼성증권 주가는 5일(거래일 기준) 만인 12일 처음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상승 폭은 미미했다. 전일 대비 250원(0.71%) 오른 3만5700원으로 마감했다. 사고 전날 수준(종가 3만98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유령 주식 사고로 금융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데다 삼성증권의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삼성증권은 사고가 난 6일 주식을 매도했다가 손실을 본 모든 투자자에게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고일 당시 최고가인 3만9800원을 기준으로 보상해주기로 했다. 
 
3만6000원 가격에 팔았다면 주당 3800원씩 보상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매매 수수료, 세금 등도 추가로 보상해준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이 10일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일 주가 매도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피해를 보상해주기로 했다. [중앙포토]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이 10일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일 주가 매도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피해를 보상해주기로 했다. [중앙포토]

하지만 문제는 사고일 이후 주식을 판 사람이다. 삼성증권이 보상을 해주기로 한 날인 6일은 물론 7~11일 삼성증권 주가는 내리 하락했다. 
 
주가가 장중 잠깐 반등한 시기를 노려 거래하지 않는 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이 기간 주식을 판 대부분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이 보상을 해주기로 한 6일과 주가가 반등한 12일을 제외한 7~11일 주식을 판 투자자 절반 이상이 개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7일부터 11일까지 삼성증권 주식 1171만2143주(4264억5294만원)가 팔려나갔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가 판 건 631만1492주(53.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의 매도량은 430만6955주(36.8%)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량은 107만5590주(9.2%)에 그쳤다. 삼성증권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23.1%(12일 기준) 정도다. 그런데도 외국인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유령 주식 ‘쇼크’에 놀라 주식을 팔면서 생긴 손실은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 특히 개인에게 집중됐다.  
 
삼성증권 주식을 팔지 않고 현재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의 손해가 언제 메워질지 예상하긴 어렵다.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사고 이후 삼성증권 직원이 만들어낸 유령 주식이 시장에서 실제 팔려나간 걸 두고 ‘공매도(없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다음 일정 기간 후 주식을 사서 다시 갚는 투자 방식)냐, 아니냐’ 논쟁이 일었다. 그런데 삼성증권은 ‘진짜’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됐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 통계를 보면 사고 전날인 5일 23만3597주(92억9716만원) 삼성증권 주식 공매도 잔량은 사고(6일) 사흘 만인 9일 93만4016주(347억4540만원)로 4배 급증했다. 삼성증권 주가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진상 조사가 본격화했다. 삼성증권 책임 범위와 당국의 제재 수위에 따라 주가가 다시 출렁일 수 있다. 큰 폭의 주가 반등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12일 “투자자 피해를 당일 거래자 중심으로 보려는 시각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당일 거래자뿐만 아니라 주식 보유자 피해 등을 평가한 실질적인 피해 보상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또 금융소비자원은 “선물 거래 관련 피해는 물론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 향후 (금융 당국의) 삼성증권 제재로 인한 투자자 피해까지 보상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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