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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조기 반출이 관건 … 김정은 입으로 핵포기 약속해야”

중앙일보 2018.04.13 00:51 종합 8면 지면보기
남북 정상에 이어 북·미 정상이 비핵화를 놓고 마주 앉는다. 북핵 담판을 앞두고 한·미 정상이 공유하는 명확한 인식은 ‘과거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포기와 그에 따른 경수로 제공, 북·미 관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사실이 밝혀지며 2002년 파국을 맞았다.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도출한 9·19 공동성명도 북한이 검증을 거부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과거 북핵 합의 및 이행의 현장에서 직접 뛴 외교관들에게 교훈과 시사점을 들어봤다.
 

과거 북핵 협상서 뛴 외교관의 조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천 이사장(외시 11회)은 2006~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13 합의와 10·3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협의에서 중시한 원칙은 무엇인가.
“북한이 이행을 지연하지 못하도록 마일리지 시스템을 마련했다. 목표치를 정해놓고 북한이 이를 빨리 이행하면 보상도 빨리 주고, 늦게 하면 보상도 늦게 하는 게 골자였다. 서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적용했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이 검증인데.
“모든 게 검증 때문에 깨졌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끝까지 숨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결국 검증을 거부하며 6자회담이 결렬됐다.”
 
어떻게 검증의 고비를 넘어야 하나.
“절대주의적 접근법을 써서 완벽히 검증하려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검증 방법과 수준을 정해야 한다. 합의는 일괄적으로 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의 단계별 이행 조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넣어선 안 된다. 또 ‘북한의 조치 대 상응하는 보상’을 1대 1로 거는 것도 위험하다. 하나가 중단되면 모든 것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성공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한 초기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신뢰 구축 조치가 필요하다. 모든 실험 중단, 배치 유예, 핵물질 생산 중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숙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

김숙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

◆ 김숙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김 전 대사(외시 12회)는 2004~2007년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북핵 업무에 관여했다. 2008~2009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6자회담 결렬 당시 수석대표였는데.
“당시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5개국이 주체가 돼 과학적 방법에 의해 철저히 검증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이를 위해 시료 채취 등이 필요했는데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결렬됐다. 의장국으로서 중국도 중재 역할을 많이 했는데 북한을 물가까지는 끌고 갔지만 결국 마시지 않으려 했다.”
 
이번 비핵화 논의에서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할까.
“모든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검증 절차도 북한이 예전에 했던 것처럼 살라미식으로 잘게 잘라 무한하게 많은 단계로 나가면 과거와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신속한 진행을 위한 초기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신뢰를 보여주기 위한 물리적 조치가 필요하다. 검증 절차에 앞서 핵물질 반출이나 긴요한 핵시설의 우선적 폐기 등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무엇인가 조기 수확이 있어야 국제사회가 북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위 교수(외시 13회)는 6자회담 1·2차 회의(2003~2004년)에 차석대표, 3차 회의(2004년)에 고문으로 참여했다. 2009~2011년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았다.
 
9·19 공동성명이 성과를 못 낸 이유는.
“9·19 성명은 모든 요소를 담았지만 추상적인 선언이다. 이행을 위해 추가 협상을 해야 했고, 2·13합의와 10·3합의가 나왔다. 쉬운 부분부터 작게 패키지로 묶어 단계적 합의를 한 것인데 북한은 그 단계를 늘리면서 핵무기는 끝까지 손을 대지 않으려 했다. 미국이 10·3 합의까지는 따라가다가 그 다음 단계에선 한꺼번에 몰아서 핵 문제를 끝내자고 했는데 북한이 듣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논의’가 아니라 ‘핵무기 포기’를 명확히 약속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선 ▶핵무기, 핵·미사일 프로그램 신고 ▶관련 활동 중단 ▶사찰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의미 있는 출발 조치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한·미도 연합훈련 등 군사적 조치를 유연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행 과정의 압축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이행 단계를 나누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화해야 한다. 한 단계가 가장 좋고, 많이 나누더라도 두 단계를 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모든 것이 1년~1년 반 안에 완료되도록 시점을 정해놓는 것이 좋다.”
 
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 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이 총장(외시 13회)은 제네바 합의 후속 조치를 위해 설립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북한 금호사무소 대표를 맡아 1997~99년 북한에서 근무했다. KEDO는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서 경수로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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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 현장서 느낀 제네바 합의 한계점은.
“합의 내용이 두루뭉술했고, 시간표가 전혀 없었다. 합의 이후 핵 폐기에 대한 추가 협상은 없었고 인센티브에 대한 협상만 있었다. 또 북·미 중심이라 한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 사람들이 나를 ‘남조선 사람’이라고도 하지 않고 ‘KEDO 사람’이라고 불렀다. 유령 취급이었다.”
 
제네바 합의가 파기된 원인은 무엇인가.
“북한이 중반부터 달라졌다. 초기에 암반을 하루에 5000㎥ 이상 파내지 못하게 제한해 1년이면 되는 공사가 3~4년이 걸렸다. 북한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제재 체제도 없어 북한은 벌 받을 두려움이 없었고, 우라늄 농축까지 갔다.”
 
이번에는 어떻게 달라야 할까.
“지금은 제재 체제가 확고하다. 제재를 서서히 해제하는 게 인센티브의 하나가 된다. 이란 핵 합의처럼 스냅백(합의상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존 제재로 되돌리는 것) 조치가 가능해졌다. 인센티브도 미리 준비하되 북한에는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다. ‘실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북한이 조건을 충족시킨 뒤’라는 전제조건을 깔아야 한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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