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선으로 ‘공화당 의회 1인자’로 꼽히는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올해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4/13/db631a61-b1d1-4445-8068-7358905eaa76.jpg)
10선으로 ‘공화당 의회 1인자’로 꼽히는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올해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P=연합뉴스]
11월 중간선거 불출마 전격 발표
그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자녀에게 ‘주말 아빠(weekend dad)’가 아닌 ‘풀타임’ 아빠가 되어주겠다”며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의 정계 은퇴다. 이어 그는 “우리 의회가 성취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나 역시 의장직을 맡은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자녀 나이 16·14·13세 … “가정에 충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이언 의장은 최근 가족과 유럽에서 2주간 보낸 부활절 휴가에서 이런 결심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과 온전히(uninterrupted) 5~6일 가량을 함께 보낸 적이 드물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언 의장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職)을 희생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불우한 유년 시절이 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때 알콜중독자였던 아버지를 여읜 뒤 사회보장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10대 시절의 상당 기간을 아버지 없이 보낸 것이다.
10대 시절 아버지 없이 불우하게 보내
라이언 의장은 위스콘신주 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는 미트 롬니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당 내 ‘40대 기수론’을 이끌었다. 3년 뒤엔 당 내 강경파와의 갈등으로 돌연 정계를 은퇴한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외신들은 공화당의 간판인 라이언 의장의 은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뼈아픈 손실이라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라이언은 같은 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가 히스패닉계, 여성, 성 소수자 등에게 막말을 일삼고, 이어 유부녀를 희롱한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트럼프에 대한 지원 유세를 중단하기도 했다.
라이언은 자유무역 신봉자이면서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반대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 폐지, 감세법안 처리 등 공화당의 가치가 걸린 정책엔 힘을 실어 트럼프를 지켜주기도 했다.
NYT “예측불가 트럼프에 좌절감도”
당장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라이언의 공백은 트럼프와 공화당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한 올해 중간 선거에서 라이언 의장의 지원 사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공화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거자금 모금원이었다. 대중 지지가 높았을 뿐 아니라 공화당 후원자인 재계가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라이언 의장의 은퇴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공화당 하원 의석은 민주당보다 23석이 더 많다. 그러나 현재 약 50석의 의석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NYT 분석). “트럼프 대통령 낮은 지지율이 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월스트리트저널)이란 평가도 나온다.
모금 간판 잃은 공화당 ‘선거 어쩌나’
미 정계의 관심사는 누가 라이언의 의장직을 이어받을지 여부다. CBS는 “케빈 맥카시 하원 원내대표(공화당·캘리포니아)와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총무(공화당·루이지애나)가 의장직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라이언 의장 사퇴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라이언 의장은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라며 “그는 재선에 나서진 않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길 것이다. 폴, 우린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