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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기업들 기 죽어 산업경쟁력 약화되고 일거리 안 생겨”

중앙일보 2018.04.13 00:06 종합 27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 '악마의 대변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세계는 미래를 향해 뛰는데 한국은 규제 완화가 부진하고 산업 구조조정이 늦어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세계는 미래를 향해 뛰는데 한국은 규제 완화가 부진하고 산업 구조조정이 늦어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70%대에서 견고히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거침이 없다. 전(前)은 물론 전전 대통령까지 적폐 청산의 바람몰이가 몰아치고, 속출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험이 강행되고 있다. 문제는 초유의 정책실험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월에 이어 3월에도 실업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고용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청와대 정책 실세들이 J노믹스를 고수하고, 이 같은 정책실험이 멈춰질 조짐도 없다. 이 시점에서 정부 내 ‘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 균형 잡힌 토론을 위해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사람)’ 역할을 자처하는 김광두(71)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만났다. 자문회의 의장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그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정부 내 야당이다. 최근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글로벌 동향을 살피고 온 그를 만나 위기의 한국 경제가 살아나갈 길을 찾아봤다.
 

최저임금만 올려선 경제 안 살아나
산업 구조조정·노동개혁 병행해야
일자리 지키려면, “일거리 있어야”
신산업 전직 위한 인프라 투자해야

대통령 규제 풀라 해도 현장 외면
실무자 적폐 처벌하니 복지부동
서울 강남 … “거기 좋은데 왜 안 가?”
재정 투입 남발, 마약 맛 붙이는 것

해외를 돌아본 목적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경험을 보면, 우리는 완전 우물 안 개구리였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그 당시 다른 모든 나라들이 한국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펀더멘털이 강하니까 괜찮다고 하고 있다가 당했다. 글로벌 동향이나 글로벌 리더들의 시각을 잘 모르면서 우리 지식만 갖고 경제정책 얘기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세계 여러 싱크탱크와 유기적 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대통령께 가장 좋은 정책을 제언하려고 한다.”
 
어디를 둘러봤나.
“미국은 브루킹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뉴욕 연방준비은행, 골드만삭스, 실리콘밸리선 벤처캐피털 회사 두 곳, 유럽선 채텀하우스, 독일은 막스프랑크, 중국은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을 갔다.”
 
그들이 뭐라던가.
“최저임금 인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너무 급하게 올려 단기적으로는 분명 실업자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저임금에 바탕을 두고 산업 활동을 할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 구조조정에도 도움 될 수 있다고 봤다. 단지 그러려면 산업 구조조정이 돼야 하고 직업훈련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충격은 현실이 됐다.
“어느 정책이든 6개월은 해봐야 성과를 알 수 있다. 상반기 추이를 보면 정부가 무리수라고 평가해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은.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에서 노조의 자세에 대해 공통적으로 느낀 건 이제는 임금 조건이 아니었다. 직업의 안정성, 일자리가 오래 유지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게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질 분야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 배경을 봐야 한다, 독일은 통일 이후 경제가 어려워졌다. 실직자도 많이 늘었다. 그러니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됐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일자리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것이다. 프랑스도 10년간 국가경제가 정체 상태였다. 노동자들이 일자리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거다.”
 
한국과는 너무 다른 것 같다.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유지된다. 그러려면 자기가 일하는 회사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상황이 안 좋다. 더구나 중국에선 선진국을 따라잡는 ‘제조 2025년’이 추진되고 있다. 그게 성공하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위협받는다. 그러면 일거리는 더 줄어든다. 그제서야 우리도 독일이나 일본의 노동계와 같은 인식이 퍼질지 모른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닌가.
“이미 우리 경제는 역동성을 잃고 있다. 중국에선 신생기업이 하루에 1만5000개씩 나오고 있다. 우리는 1년에 4만9000개다. 중국의 3일치에 불과하다. 우리는 신생기업이 없으니 투자도 거의 없다. 역동성을 살리려면 경쟁력이 약화된 건 도태시키고 유망한 산업 쪽으로 사람과 자원이 가야 한다.”
 
우리는 심각하다. 군산에서 거제를 거쳐 울산까지 러스트벨트가 확산되고 있다.
“여러 객관적 지표를 봐서 앞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보이는 기업의 사람과 돈이 앞으로 유망한 쪽으로 옮겨가야 역동성이 생기는 거다. 그런데 거기에 들어있는 돈, 가령 조선업에 수십 조원이 들어가 못 빠져 나온다. 신생 쪽으로 갈 게 못 간다는 거다. 그래서 신생기업이 많이 못 나오고 역동성이 저하되는 거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구조조정은 세계 어느 나라든 경제논리만으론 안 된다. 그래서 실업대책이 반드시 종합대책 속에 들어가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의견도 반영한 종합 패키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노동자, 지역 정치인들의 저항 같은 걸 극소화할 수 있다.”
 
우린 실업수당 올리는 게 고작 아닌가.
“독일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독일은 구조조정을 노사간 협의에 의해 한다. 한 기업의 노사가 우리 기업 전망이 없다고 하면 서서히 일을 줄인다. 대신 직업훈련과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가동한다. 그러면 일자리가 줄어도 오히려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구조조정이 된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직업훈련 통해 전직능력을 길러줬기 때문에 받아들인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직업 훈련, 전직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인프라가 국내엔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원에게는 단기 교육이 아니라 1년짜리 교육을 시키라는 거다. 만약 파생금융이 필요하면 파생상품거래소가 있는 시카고에 보내라는 거다. 그러면 신규 고용이 생기고 은행 자체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결국 생산성 향상이 관건이다.
“J노믹스의 중요한 한 축이 사람이 사람답게, 즉 생활의 기본권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임금을 올려주자는 얘기다. 그런데 최저임금 올려서 급한 불만 끄려고 했지 화재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좀 약했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된다. 그래야 노동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직무전환 능력이 생기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면 자연스럽게 노동자 임금이 올라가는 거다.”
 
결국 일거리는 기업 몫 아닌가.
“일거리의 원천은 경쟁력이고 그것은 기업에서 나온다. 그런데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면 왜 안 하느냐에 대한 대화가 부족했다. 내부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든지 비판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다. 장사하는 사람이 돈벌이가 되면 왜 투자 안 하겠나. 하지 말라 해도 하겠다고 난리 친다. 지금은 오히려 규제 완화가 지지부진하고, 기업들이 기(氣)가 죽어 있다. 그러니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고 산업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일거리 만드는 정책, 산업의 경쟁력 강화하는 정책, 이쪽으로 정책의 포커스가 바뀌어야 한다. 자문회의가 그걸 중점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어떤가.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제조업의 생산 공정을 보면 일거리가 많을 때 한꺼번에 집중될 때가 있다. 예컨대 뉴욕에 있는 수입상이 석 달 내에 만들어 보내라고 하는데 그걸 52시간 지키다 보면 못 만든다. 52시간 주장하는 논리는 사람을 더 쓰라는 건데 그 일 할 숙련 노동자가 있냐는 거다. 없다. 이런 게 보완할 점이다. 이건 생산 현장을 너무 모르는 거다. 선진국에선 탄력근무제를 한다. 일이 집중될 때는 많이 하고 없을 땐 조금 하라는 거다. 시간저축제라고도 부른다.”
 
재정 동원을 남발하고 있다.
“마약에 맛을 붙여서 되겠나. 사실 초과된 세수 갖고 쓰니까 별거 아니다는 논리인데 그 논리의 이면을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이게 안전판이라는 거다. 여기서 생각할 게 유럽국가의의 현재 고령화는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고령화 높은 나라는 낮은 나라보다 부채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우리가 그런 고령화 수준도 안 됐는데 그쪽 나라를 보고 우리 부채가 적다는 건 착각이다. 가령 프랑스가 우리의 고령화 수준일 때 GDP 대비 국가 부채가 얼만지 봐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비교한 연구를 보면 우리 부채가 높다. 가볍게 볼 게 아니다.”
 
부동산은 수요억제뿐인가.
“강남 보면 병원도 많지, 학교 많지, 지하철역 많지, 문화예술활동 가장 많은 것도 강남이다. 좋은데 왜 안가? 가게 돼 있다. 강북이나 강남이나 비슷해지면, 강북 측 공급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고 절대적으로 느는 것 아닌가. 그게 근본적인 치유책이다. 건설에는 시간 많이 드니, 비전 제시를 빨리해주라는 거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협의를 해서 ‘강북비전 2025’라고 해서 강북이 강남보다 좋아진다고 하면, 미래에 의한 기대에서 집도 사고파는 것 아니냐.”
 
정부 내 손발도 안 맞는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은 융합인데 정부 조직은 칸막이가 심해 소통이 안 된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부처별로 위에다 보고한다. 조정이 안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영업비밀 공개도 그런 것 아닌가) 고용부와 산업부가 만나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구조조정을 할 때도 관련 부처가 수시로 협조해야 하는 거다.”
 
적폐 청산 영향도 있어 보인다
“대통령이 규제를 풀라고 해도 현장이 안 움직인다. 지금 적극 일하면 나중에 문책받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서다. 왜 이렇게 됐는지 반성을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창의력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면책해야 한다. 감사원의 정책감사는 폐지해야 한다.”
 
김동호 논설위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했지만 정부 출범 이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문재인 후보 캠프에 들어가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람 중심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는 J노믹스의 핵심 비전을 만들었다. 이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 의장인 문 대통령에게 경제 비전과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조언하고, ‘경제 정책회의’를 운영하여 정책 혼선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취재에는 황병준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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