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인공지능 시대 예고
인명 피해 없고 24시간 작업 가능
장비에 자율주행·IoT 기술 결합
운전자 없이 트럭·휠로더 등 작동
볼보·현대건설기계 상용화 임박
두산인프라코어도 스타트업 투자
건설 일자리에 급속한 변화 올 듯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건설 현장에서도 무인화,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굴삭기·불도저·지게차 등 건설기계 제조업체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자동화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포테닛이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상용화가 가능한 무인굴삭기·지게차 등을 개발할 것”이라며 “광산 개발 등 고된 노동으로 사람이 일하길 꺼리는 현장용 제품에서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4/13/b979996e-b688-4777-9088-4160c30c64b9.jpg)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건설기계 제작사들이 무인·자동화 기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24시간 작업이 가능해지는 등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인명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굴삭기 작업은 운전기사가 굴삭기를 조작해 땅을 파면, 측량사가 직접 땅을 판 곳의 면적과 경사도 등을 잰다. 설계도대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굴삭기로 땅을 파고 고르는 작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다 보니 작업 속도도 느려지고 측량 도중 굴삭기에 부딪혀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기 일쑤였다. 제작사들이 굴삭기의 버켓(삽에 해당하는 부분) 등에 지형의 경사와 면적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달아 측량사 없이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두상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연구개발 부문 부사장은 “자동화 건설 장비는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작업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며 “건설업체에는 생산성과 연료 효율성 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도 “사람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를 꺼리다 보니 건설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들도 노령화하고 있다”며 “무인 굴삭기를 활용하게 되면 ‘측량 후 재작업’ 단계를 줄여 작업 효율성을 20~50%가량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표적인 업종이라 무인화 속도가 빨라지면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분석(2017년)에 따르면 건설투자액이 1% 늘어나면 종사자 수 대비 0.74%의 고용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3월 말 기준 건설업 종사자가 190만명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투자가 1% 늘면 일자리는 1만4000명이 늘어나는 것이 건설업이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후퇴해 더 큰 일자리 감소를 겪게 된다고 경고한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건설기계의 무인화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위험하고 힘든 노동은 기계에 맡기고, 건설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