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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3사 공장정보 공개 땐 SK·LG로 불똥

중앙일보 2018.04.13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삼성전자

삼성전자

정부가 산업 현장의 공정 정보를 담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추진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에 제조 정보 공개 명령이 내려질 경우 다른 기업도 공개가 불가피할 것이란 걱정이다.
 

재계, 법원 어떤 최종 결론 낼지 긴장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업체
같은 공정 사용해 영향 불가피

중국, 기술격차 좁힐 기회로 주시
한국 산업경쟁력 약화될까 걱정

고용노동부가 명시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대상에는 현재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 3개사가 포함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의 대표 업체로 모두 한국이 세계에서 기술 리더십을 갖고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들이다.
 
현재 이 문제는 기업과 정부 부처 간 공방을 벌이다가 법원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손으로 넘어가 있다. 삼성전자는 산재 피해자들이 작업환경보고서를 정보공개 하라고 청구하자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는 국가 핵심 기술 해당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탕정 공장 정보 공개 요청에 행심위에 긴급 구제 요청을 했고 현재 정보 공개가 보류됐다. 이 회사는 행정소송과 핵심기술 여부 확인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재계가 우려하는 건 법원이 공정 정보를 공개하라고 결론 내릴 경우, 유사 사례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LG화학·SK이노베이션 등이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다. 이들 기업 모두 제조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산재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의 생산현장은 물론, 사실상 공정 일부를 나눠 맡은 1·2·3차 협력사까지 대상이 될 수 있어 자칫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재계는 정보 공개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정부가 공개하라고 요구한 내용에는 라인별 근로자 수, 공정 배치 순서, 사용한 화학물질의 종류와 제조사명 등이 두루 포함됐다. 정부에서는 이들 정보가 경영상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재계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인에게 사소해 보이는 내용도 동종업계 전문가들이 여러 정보를 꿰맞춰 입체적으로 보면 제조 노하우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디스플레이 관련 투자를 크게 늘리고 국내 인력도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작은 기술도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는 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재 원인 규명과 산업 경쟁력 보호를 두루 고려해 신중하게 결론 내릴 것을 주문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영업 기밀을 지키면서 산업재해 피해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무턱대고 공개하면 기업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해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식당에 문제가 있다고 수십 년 쌓아온 조리법을 공개하라고 명령하면 그 식당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산재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과도한 조치가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국들도 이 문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웹사이트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반대’라는 제목으로 국내보도를 인용해 소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임에도 삼성전자가 반대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는 뉘앙스를 담았다.
 
재계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 문제를 “균형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백 장관은 12일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용부는 노동자의 안전과 국민의 알 권리를 고민할 것이고 산업부는 국가의 기밀사항을 고민해야 하는 부처”라며 “산업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공공정보(public knowledge)인지 오는 16일 반도체전문위원회에서 전문가 위원들이 판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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