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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중 피고인 음독, 보안 검색 어떻기에…직접 받아보니

중앙일보 2018.04.13 00:01
울산지방법원 로비에 있는 보안 검색대. 울산지법은 피고인의 음독 사건 이후 보안 검색을 강화했다. 최은경 기자

울산지방법원 로비에 있는 보안 검색대. 울산지법은 피고인의 음독 사건 이후 보안 검색을 강화했다. 최은경 기자

12일 오전 울산 남구 옥동 울산지방법원(울산지법). 로비에 들어서자 법정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검색대가 보였다. 엑스레이 투시기와 금속류를 감지하는 문 모양 검색대다. 검색대를 지나가려 하자 사회복무요원 2명 가운데 한 명이 “윗옷을 벗어달라”고 요청했다. 가방과 윗옷을 바구니에 따로 담아 엑시레이 투시기에 통과시킨 뒤 문 모양 검색대를 빠져나왔다. 요원이 다시 “가방 안에 물병이나 화장품 종류가 있느냐”고 물었다. 관리자가 검색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투시기 옆 바구니에는 이날 수거한 음료수통 등이 있었다. 
 

10일 법정서 농약 추정 액체 마셔
법원 “액체류 반입 금지하지만
작은 물건 숨기면 확인 어려워”
윗옷 벗어 따로 검색 등 강화
법원장 개선안 대법원 건의 계획

윗옷을 따로 벗어 검사하는 건 지난 11일 새로 추가된 보안 검색 과정이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윗옷은 투시기에 통과시키고 몸에 무엇을 숨겨 불룩하게 나온 부분이 없는지 등을 육안으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울산지법은 ‘윗옷 검색’을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 출입자가 많은 시간에는 검색대 근무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12일 오전 수거한 반입 금지 물품. 최은경 기자

12일 오전 수거한 반입 금지 물품. 최은경 기자

법원이 보안 검색을 강화한 것은 지난 10일 법정에서 벌어진 피고인의 음독 사건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5분 울산지법 306호 형사법정.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A씨(60)에게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법정구속을 위한 심문을 하는 도중 갑자기 A씨가 옷에 숨겨둔 작은 플라스틱 병을 꺼내 농약으로 추정되는 액체를 마셨다.
 
법정 경위와 교도관은 119에 신고한 뒤 A씨가 구토를 하도록 했다. A씨는 울산중앙병원을 거쳐 양산 부산대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조만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이다.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 상태가 나아지면 구속된다. 
10일 오전 울산지법 형사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음독한 60대 남성 피고인을 119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울산지방법원 제공=연합뉴스]

10일 오전 울산지법 형사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음독한 60대 남성 피고인을 119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울산지방법원 제공=연합뉴스]

A씨는 다수의 사기 전과자로 2015·2016년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한다고 피해자를 속여 1억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바지, 허리춤 같은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병을 숨겨 법정에 들어갔다. 보안 검색대도 정상적으로 통과했다. 
 
대법원의 법원보안관리대 운영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총기, 흉기, 폭발물 또는 위험물 등은 반입을 금지하거나 지정된 보관함에 보관해야 한다. 울산지법은 액체류의 반입을 금지한다. 위험물일 가능성이 있고 법정 내 질서유지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하지만 출입자가 많을 때는 수백 명 이상이어서 금속류 외에 몸에 지니고 있는 작은 물건은 자발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피고인이 마신 액체가 들어있던 플라스틱 병. 몸에 숨기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사진 울산지방법원]

10일 피고인이 마신 액체가 들어있던 플라스틱 병. 몸에 숨기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사진 울산지방법원]

지난 2015년 대전지방법원에서도 공갈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 B씨(당시 56·여)가 제초제 성분의 액체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 역시 보안 검색대를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다. 피고인이라도 불구속 상태이면 방청객 등 다른 출입자와 같은 보안 검색을 받기 때문이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피고인의 검색 강화 방안과 법정 안에서 피고인의 돌발행동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정뿐 아니라 민원실 등을 찾는 모든 출입자를 검색하는 전면 검색의 2019~2021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보안 검색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대법원에 건의할 계획이다. 다만 울산지법 측은 “신체 수색은 검색 대상자의 기본권 보호와 관련 있는 문제라 무조건 강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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