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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에서 덜덜이·계약빵까지…진화하는 중고차 강매 수법

중앙일보 2018.04.13 00:01
갈수록 진화하는 중고차 강매 수법 
주부 A씨(41)는 지난해 3월 중고차를 사려다 봉변을 당했다. 인터넷 중고 매매 사이트에 자신이 사려던 1500만원 상당의 중고 제네시스 차량이 반값인 860만원에 올라온 것을 보고 홀로 매매센터를 찾아간 것이 화근이었다. 
시동을 걸어 직접 차를 타보고 만족한 그는 곧장 사무실로 들어가 계약서를 썼다. 선금으로 150만원까지 건넸다. 

진화하는 중고차 강매 수법 살펴보니
값 싼 허위 매물 내세운 호객 행위는 동일
차를 고장내 다른 차량 소개하는 '덜덜이'
추가 금액 요구하는 '계약빵' 등
경찰, "싼 차는 의심 먼저 해야"

중고차 매매단지. 기사와 상관없음. [중앙포토]

중고차 매매단지. 기사와 상관없음. [중앙포토]

 
그런데 계약 후 다시 살펴본 차가 이상했다. 시동을 걸자 '덜덜'거리며 작동하지 않았다. 차를 살펴본 정비사는 "급발진 위험이 있다"고 겁을 줬다.
놀란 A씨가 "구매하지 않겠다"고 하자 중고차 딜러는 "일방적인 계약 파기 시엔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 위약금도 내라"고 압박하며 다른 차량을 살 것을 권했다. 차량 구매를 거부하면 욕설을 하며 위협을 했다. 
겁이 난 A씨는 이들이 권하는 2008년식 제네시스 차량을 1700만원을 주고 억지로 샀다. 그러나 이 차의 실제 중고 시세는 900만원 정도였다.
 
중고차 매매상들의 강매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가격이 싼 허위·미끼 매물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구매를 강요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다른 물건을 계속 보여주며 '뺑뺑이'를 돌리진 않는다. 멀쩡한 차를 일부러 고장 내 다른 차량을 사도록 유도하거나 '남은 카드 할부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등 수법이 다양해졌다.
중고차 허위매물 조직 운영도

중고차 허위매물 조직 운영도

 
이중 A씨는 이른바 '덜덜이' 수법에 당했다. 기존 중고차 강매 딜러들이 실체가 없는 허위 매물을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올렸다면 '덜덜이'는 실제로 가지고 있는 차량을 사용한다.
이들은 자체 제작한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기존 중고차보다 가격을 대폭 낮춘 실제 차량의 사진과 여성 딜러의 사진을 올렸다. 문의 전화가 걸려오면 여성 텔레마케터가 대신 전화를 받아 "급매물이라 싸게 나온 물건이다. 여성 딜러가 거래한다"며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실제 매매 현장에는 남성 딜러가 나왔다.
중고차 강매 조직이 피해자가 계약한 차량을 고장내기 위해 엔진 부품을 조작하는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고차 강매 조직이 피해자가 계약한 차량을 고장내기 위해 엔진 부품을 조작하는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딜러들은 피해자들에게 차를 보여주고 시승도 시켜줬다.그런데 멀쩡했던 차는 피해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건네는 사이 망가졌다. 딜러와 짠 정비공이 해당 차량의 연료 분사 노즐과 퓨즈를 빼 고장 난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이후 차가 덜덜거리는 모습을 본 피해자가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 딜러들은 '일방적인 계약 파기 시 계약금 환불 불가', '위약금 지급'이라는 계약서의 특약조항을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이후 시세보다 비싼 차량을 보여주며 욕설·협박 등과 함께 구매를 강요하는 식이다. 
중고차 강매 조직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허위 매물 계약서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고차 강매 조직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허위 매물 계약서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런 수법으로 중고차를 한 이모씨(27) 등 8명을 공동공갈 및 상습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딜러 홍모씨(31) 등 47명을 입건했다. 또 이들이 만든 중고차 매매 사이트 2곳을 폐쇄했다.
경기도 부천과 인천의 중고차 판매업체 15곳에 각각 소속된 이들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31명을 상대로 14억원 상당의 중고차를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59명이 이런 '덜덜이' 수법에 당했다.

홍석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실체가 없는 허위매물을 매매 사이트에 올리면 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요즘 강매 조직은 실제 차량을 싼 가격으로 올린 뒤 다른 차량을 사도록 강요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상사 압수영장 집행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고차 매매상사 압수영장 집행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계약서에 판매대금을 부풀리는 '계약빵'도 신종수법이다. 인터넷 등에서 허위·미끼 매물을 보고 찾아온 피해자에게 해당 차량은 이미 팔렸다며 다른 차량 계약을 유도한 뒤 계약서를 쓴 뒤에 "추가 요금을 더 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경매 차량이라 인수하기 위해선 유찰금 등을 더 내야 한다"고 하거나 "병행수입 차량이라 관세까지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차량구매 카드의 할부금이 남아있다"며 추가 금액 지급을 종용하기도 한다. "1년 뒤 차량 반환이 가능하고 구입 가격에 재매입해주겠다"고 속이는 경우도 있었다. 
중고차 강매 조직이 운영한 허위 매물 사이트 사진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고차 강매 조직이 운영한 허위 매물 사이트 사진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들은 피해자가 계약 취소를 요구하면 “이미 차주에게 돈이 입금돼 환불이 안된다”며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다른 차량을 사도록 강요했다.
피해자들이 "차량 구매 예상 비용을 초과했다"고 하소연하면 사전에 약속이 된 할부중개업체를 통해 신용 할부 대출(이자율 19.9~22%)을 받도록 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받은 대출금액의 3%를 불법 중개수수료로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차량을 구입하기 전 평균 시세보다 월등하게 싼 차량은 먼저 의심을 해야 한다"며 "중고 차량을 구입하러 매매센터를 방문할때는 혼자 가는 것보단 지인 등과 동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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