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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아무것도 못 정한 대입개편안…“교육부 직무 유기”

중앙일보 2018.04.12 01:22 종합 10면 지면보기
“중3이 무슨 죄인가.”
 
“공론화라는 이름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회사였다면 교육부 장관은 일주일 만에 잘렸을 것이다.”
 
11일 교육부가 내놓은 현재 중학교 3학년 대상의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학부모 인터넷 커뮤니티인 ‘대한민국 상위 1% 교육정보’ 등에서 학부모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날 교육부는 대입제도에서 쟁점별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안을 열거했다. 구체적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평가방법에서 전면 절대평가, 현행 상대평가 유지, 원점수제 등 3가지 ▶수시·정시 통합 여부에서 통합· 분리 2가지 ▶수시 수능 최저기준도 폐지·유지 등 2가지 ▶수능 과목 재조정에서 3가지 방안을 각각 열거했다. 정시모집 비중의 확대·축소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EBS 수능 연계율(현행 70%)을 유지할지 축소할지도 밝히지 않았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같은 6개 쟁점별로 각각 어떤 방안을 선택해서 조합하느냐에 따라 대입제도만 144가지가 나올 수 있다. 교육부는 “제시된 방안 외에도 국가교육회의에서 새로운 안을 내놓을 수 있다”며 이날 발표한 개편안이 ‘열린 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가교육회의에서 8월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하겠다. 쟁점별로 교육부가 선호하는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을 확정하려 했다. 하지만 절대평가 확대에 대한 반발에 부딪혀 결정을 1년 유예했다. 8개월간 연구 끝에 나온 개편안은 A4용지 45쪽으로 2만5700자 분량이다. 하지만 개편안을 보면 향후 대입 제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김 장관은 “정부가 구체적 시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해 공론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핵심 쟁점이던 수능 평가방법은 ①모든 과목 절대평가 ②현행 상대평가 유지 ③원점수제의 3가지로 제시했다. 수능 점수를 제공하지 않고 등급만 공개하는 절대평가 방식부터 과거 학력고사나 20여년 전 수능에서 사용했던 원점수제까지, 극과 극의 방안을 개편안에 함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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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전화를 돌려 요구한 ‘정시 확대’는 정작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수시·정시 간의 적정 비율을 정해 대학에 요구할지, 대학 자율에 맡길지도 공론화에 맡겼다. 또 수시·정시 모집 시기 통합 여부도 수능시험이 끝난 뒤로 통합하는 방안과 현행 유지안이 모두 나왔다.
 
교육부가 대입개편에 대해 결국 아무런 방향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전국 중학교 3학년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중3 학부모 조인경(44)씨는 “작년에 수능 개편안 확정이 미뤄지면서 딱 우리 아이가 실험대상이 돼 불안했다. 그런데 8개월 만에 나온 방안이 ‘나 몰라라’ 식이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국민 참여란 얘기는 ‘잘못되면 국민 탓, 교육부는 잘못 없다’는 뜻이다” “교육 정책을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국민 분란만 일으키게 됐다” 등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아무 내용도 없는 개편안이기 때문에 8월 발표까지는 차라리 무관심한 것이 낫다’고 학부모들에게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단체들도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한 목소리로 교육부를 비난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낸 논평에서 “핵심 쟁점에 대해 교육부가 나열만 하고 모든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겨 크게 실망스럽다”며 “대통령 공약 실현은커녕 8개월간 연구를 통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도 “이번 개편안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피하고 보자는 비겁한 결정”이라고 각을 세웠다.
 
남윤서·윤석만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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