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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평창 ‘드론 쇼’ 쇼크 … 드론마을 스타트업은 겁 안 낸다

중앙일보 2018.04.12 00:01 종합 24면 지면보기
양영유의 현장 돋보기
 
4차 산업혁명을 등에 업고 ‘드론’이 비상하고 있다. 단순 레저용을 넘어 항공촬영과 물류, 범죄 예방과 재난구조, 농업·산림 등 산업용까지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드론은 평창 겨울올림픽 때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 1218대가 군집 비행(Swarm Flying)을 펼치며 개막식 밤하늘을 수놓자 전 세계인들이 감동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에겐 적잖은 ‘쇼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인텔 쇼크를 겁내지 않는 젊은이들이 있다. 전국 최초로 서울 강동구청이 마련한 ‘강동 드론마을’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들이다. 드론 응용 플랫폼과 서비스로 새 비즈니스 모델에 승부를 건다.    

강동구, 전국 최초 드론마을 조성
드론공원 인접해 연구·비행 최적
청년 15명 응용 플랫폼에 승부수
"용감한 도전으로 큰일 내겠다"
아이디어 살릴 생태계 구축하고
정부·전문가 체계적 지원 필요해

 강동 드론마을의 스타트업인 ‘아모르디아트’ 김부성(왼쪽) 대표와 ‘무중력 공간’의 박성환 대표가 한강드론공원에서 비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사진 강동구]

강동 드론마을의 스타트업인 ‘아모르디아트’ 김부성(왼쪽) 대표와 ‘무중력 공간’의 박성환 대표가 한강드론공원에서 비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사진 강동구]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서울 강동구 광나루 한강드론공원은 드론 마니아들로 붐볐다. 파란 잔디밭과 한강을 배경으로 드론이 ‘윙’ 소리를 내며 창공을 가른다. 앙증맞은 레저용부터 덩치 큰 농업용까지 다양하다. 한강드론공원은 서울에서 사전 허가 없이 자유롭게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가장 큰 테스트베드다. 규모는 2만7000㎡로 연간 1만2500명이 이용한다. 드론을 업(業)으로 하거나 비행에 취미가 있는 이들이 들르는 필수 코스다. 드론공원에서 도보로 5분이면 닿는 곳에 강동 드론마을이 있다.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 신화를 꿈꾸는 1인 청년 창업가 15명이 열정을 태우는 곳이다. 강동구가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함께 지어 지난달 문을 열었다. 드론공원의 접근성을 살린 드론 맞춤형 청년임대주택이다.  
 드론마을 1층 커뮤니티 룸에 모인 김현우·박성환·김부성·강륜아·엄수현 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변선구 기자

드론마을 1층 커뮤니티 룸에 모인 김현우·박성환·김부성·강륜아·엄수현 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변선구 기자

  
 지난 4일 드론공원을 둘러본 뒤 드론마을을 찾았다. 강동구 올림픽로(천호동) 일반 주택가로 들어서니 ‘강동 드론마을’이란 글씨가 붙어 있는 5층 건물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스노우’ ‘에어한강’ ‘롱팩토리’ ‘노벨라이’ 등 개성 있는 상호가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1층은 입주자들의 모임 터인 커뮤니티 룸, 2~3층은 26~29㎡ 규모의 원룸이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천호동)에 있는 청년창업주택 강동 드론마을 입구.[사진 강동구]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천호동)에 있는 청년창업주택 강동 드론마을 입구.[사진 강동구]

  
 3층 301호 ‘태스크 하드웨어’. 건국대 기계공학과 4학년 김태산(23)씨가‘교차 반전 드론’과 씨름하는 공간이다. 헬기나 드론 사고의 80~90%가 꼬리날개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두 개의 프로펠러가 교차하며 회전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특허도 3종 출원했다지만, 결코 만만한 도전은 아닐 터다. 그런데 거침이 없다. “세계 민간용 드론시장의 70%를 장악한 중국 DJI의 창업자 왕타오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잖아요. 실패는 당연한 과정입니다.” 그가 말한 DJI는 2006년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한 잡지사 창고에서 20대 4명이 세운 스타트업이었다. 그 후 10년 만에 연 매출 3조원, 기업가치 10조원을 넘는 ‘드론업계 애플’이 됐다.  
강동 드론마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광나루 한강드론공원 전경. [사진 강동구]

강동 드론마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광나루 한강드론공원 전경. [사진 강동구]

 
 4층 403호 ‘무중력 공간’에선 박성환(31) 대표가 ‘피사체 트래킹 드론’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접근이 어려운 지형에서 범죄 용의자나 차량을 추적해 촬영하는 플랫폼이다. 박 대표는 “경찰차에 붙여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원리인데 세계적으로도 나오지 않은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이웃 402호 ‘아모르디아트’의 김부성(30) 대표가 “드론공원에서 박 대표가 수시로 비행하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며 거들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상 제작에도 참여했던 김 대표는 항공촬영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이다.  
청년 창업가들이 드론 응용 플랫폼과 서비스 모델을 연구하는 원룸 내부. 변선구 기자

청년 창업가들이 드론 응용 플랫폼과 서비스 모델을 연구하는 원룸 내부. 변선구 기자

 
 드론마을 청년들은 카피캣(copycat, 모방자)이 아닌 용감한 도전자(challenger)를 표방한다. 지난해 인도의 14세 소년이 지뢰 제거용 드론을 개발해 돈방석에 앉은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아이디어도 각양각색이다(공개한 것만 소개). 드론이 고장 나 추락할 때 자동차 에어백처럼 안전장치가 펴지는 제품, 반려동물 전용공원에서 개와 놀아주는 펫 드론도 있다. 채아트테인먼트의 김현우(28) 대표는 무소음·무진동 드론을 꿈꾼다. 드론이 지하철(80dB)이나 전화벨(70dB)보다 큰 소음을 낸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시작은 무모하고 미미하지만, 실용화하면 인텔 쇼크를 걷어내고 시장 구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립사이언스의 엄수현, 메이킹의 강륜아 대표는 찾아가는 ‘드론 체험 및 코딩 교육’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한강드론공원에서 청년 창업가들이 드론 시험 비행을 위해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강동구]

한강드론공원에서 청년 창업가들이 드론 시험 비행을 위해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강동구]

 
 입주자들은 모두 미혼이다. 혼자 연구하고, 테스트하고, 고객을 만난다. 올빼미·얼리버드 형 등 생활습관도 제각각이다. 개별 인터뷰를 하다 어렵게 6명이 커뮤니티 룸에 모였다. “인텔 쇼크 별것 아닙니다. 기술보단 창발성이 중요해요.”(박성환), “남들이 안 하는 플랫폼과 서비스가 승부처입니다.”(이황호 에어한강 대표), “드론공원과 드론마을이 더 필요해요.”(엄수현)
토론을 듣던 강동구청 최준식 청년정책팀장은 “교육·컨설팅 프로그램과 인턴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드론안전보안협회 교관들(사진 가운데)이 밭작물 농약 살포용 헥사드론을 띄워 테스트 하고 있다.[사진 강동구]

국제드론안전보안협회 교관들(사진 가운데)이 밭작물 농약 살포용 헥사드론을 띄워 테스트 하고 있다.[사진 강동구]

 
 청년 창업가들이 용감한 도전에 나섰지만, 녹록지는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704억원(2016년 기준) 정도다. 정부는 드론산업발전 기본계획(2017~2026년)을 마련해 10년간 그 규모를 4조4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에는 비행승인과 항공촬영허가 규제 완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2020년 드론의 글로벌 경제창출 가치가 1270억 달러(약 137조원)에 이를 거란 전망(다국적 컨설팅업체 PwC)이 나오는 상황에서 출발이 늦은 감이 있다. 드론마을 청년들처럼 하드웨어보다는 응용 플랫폼과 서비스에 눈을 돌리는 게 현실적일 수도 있다. KAIST 심현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드론전문업체 드로젠의 이흥신 대표에게 물었더니 “방향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텔 쇼크부터 얘기해보자.
어마어마한 기술은 아니다. KAIST에서도 날려봤고, 드로젠도 테스트를 해왔다. 국내 기술로도 가능하다.
그런데 왜 못 했나.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문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하루에, 그것도 날씨 리스크가 큰 겨울엔 어렵다고 했다. (심 교수)  
그래서 인텔로 넘어간 것인가.
인텔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스폰서다. 엄청난 돈을 후원했다. 애초에 우리가 낄 수 없는 구조였다. 인텔은 날씨 좋은 날 여러 번 촬영한 영상을 연결했다. 군집 드론 1대 띄우는데 300만원이 든다면 1000대면 30억원이다. 문제는 돈이다.
드론마을의 아이디어는 어떤가.
참신한 것도, 아닌 것도 있다. 도전하다 보면 큰일을 낼 수 있다. 아이디어를 살릴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이 대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실사구시가 중요하다. 선행 연구를 살펴보며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심 교수)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DJI 드론. [사진 강동구]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DJI 드론. [사진 강동구]

  
 요약하면,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과 정부·전문가의 체계적 지원, 옥석을 가려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실은 어떨까. 국내에 드론 관련 업체가 1000개가 넘지만, 순수 개발 업체는 10개도 안 된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윤용현 전문위원은 “이런 상황에선 응용 플랫폼과 서비스를 특화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겁 없는 도전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드론마을에서 큰일을 낼 수 있을까. 청년들의 도전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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