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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한 양, 부시 앞에서 "일제 만행" 에세이 읽어

중앙일보 2005.04.21 19:50 종합 11면 지면보기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에이브러햄 링컨 기념관 개관식에서 이미한양이 에세이를 읽고 있다. 이양은 개관 기념 행사인 에세이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시카고=연합]

한인 2세 여고생이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기념관 개관 기념으로 열린 에세이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메릴랜드주 포토맥의 조지타운 데이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미한양이다. 일제 치하에서 탄압받은 증조부와 자유의 개념을 연관지은 에세이로 영광을 차지했다. 링컨 기념관은 19일 링컨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문을 열었다. 이날 개관식에서 이양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 등 1만여 명의 귀빈 앞에서 에세이를 읽어 큰 박수를 받았다.


한글학자 정인승박사 외증손녀
링컨기념관 개관기념 경영대회 대상 받아

[에세이 영어원문 보기]



이양의 증조부는 한글학자 고(故) 정인승 박사. 1935년 한글학회 이사로 있으면서 '큰 사전'을 편찬하다 투옥됐다. 이양은 "내게 있어 자유에 대한 이해는 언어에 대한 이해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증조부께서 일제가 한글 사용을 금지했던 1940년대 최초의 한글사전을 편찬하다 체포.투옥됐다. 할아버지는 개인의 사상을 형성하고 나누는 매개체인 언어를 금지하고 박해하는 것은 곧 사상을 박해하는 것이라고 믿으셨다"고 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한국인이 자신의 언어로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싸웠고 그럼으로써 한국인들의 사상을 가질 권리를 지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자유의 개념을 기억하며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친구들과 학교 행정, 동성 결혼 권리, 이라크전의 정당성 등을 놓고 토론한다"며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사상의 자유를 언급했다. 또 "21세기의 자유는 연령.인종.성별.계급 등과 관계없이 자신의 언어로 의사를 밝히고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자유를 누리되 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결코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양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이종훈 박사와 조지타운대 박유미 교수의 외동딸이다. 고 정인승 박사는 이 박사의 외할아버지다. 이양은 각종 교내 단체의 대표와 운동선수로 활동 중인 우등생이다.



이양의 에세이를 들은 뒤 연설한 부시 대통령은 "자유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발표해준 이미한 양에게 특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케이블 방송인 C-SPAN이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주제로 에세이를 공모했으며, 이날 개관식도 전국에 중계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길이인 272개 단어를 넘지 않는 분량에서 자유에 대한 생각을 적는 것이었다. 모두 5400명이 참가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기리는 기념관은 25년 동안 1억4500만 달러를 들여 지어졌다.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게 설계된 '할리우드식' 기념관이다. 홀로그래픽 등 특수 기술로 링컨의 모습을 부활시켰다. 당시의 2층짜리 백악관도 재현됐고, 링컨이 암살당한 포드 극장의 좌석도 똑같이 만들었다. 이 밖에 당시의 사료들도 전시돼 있다. 원문은 www.joongang.co.kr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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