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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전액 삭감했다"지만 이름 바꿔 반영된 KIEP 예산

중앙일보 2018.04.09 01:32 종합 3면 지면보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2015년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김기식(현 금융감독원장) 소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요청한 유럽사무소 설치를 지지하는 발언이었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해 예산 심사 때부터 결산 때도 그랬지만 유럽사무소를 만들어야 한다”며 “유럽연합(EU)과 관련돼서 우리가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국책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김기식 의원은 이에 앞서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김 의원 출장에는 KIEP 직원 등이 동행했다. 김 의원과 비서의 출장 관련 비용 3077만원은 KIEP가 전액 부담했다. KIEP는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를 받는 공공기관이다.
 
‘로비성 출장’이란 논란이 커지자 김 원장은 8일 금감원 공보실을 통해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김 원장은 “현장점검 이후 KIEP가 추진했던 유럽사무소 신설에 대해 준비 부족이라고 판단해 유럽사무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장 후 해당 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다”며 “관련 기관에 대해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0월 26일 국회 정무위 예산소위원회 속기록 중 김기식 의원의 발언. [국회 속기록 캡처]

2015년 10월 26일 국회 정무위 예산소위원회 속기록 중 김기식 의원의 발언. [국회 속기록 캡처]

하루 전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나섰다. 그는 7일 “김 원장이 유럽을 방문한 것은 유럽지부를 설립하려는 KIEP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나 실제 출장을 다녀온 뒤에는 유럽지부 설립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 국감 기간에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KIEP가 요청한 유럽사무소 예산이 2015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원장과 청와대 측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예산안 부대의견’이다. 국회의 지적이나 요청을 담은 ‘부대의견’은 정부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이듬해 예산안 편성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다.
 
김 원장은 2015년 10월 26일 정무위 예산소위 4차 회의에서 KIEP 유럽사무소 예산을 부대의견에 담자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21일 예산소위 2차 회의에서 “보류하겠다”고 발언한 지 닷새 만이다.
 
김 원장은 “KIEP를 주관으로 하는 유럽사무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해서 넘기는 것으로 하자”며 “내년에는 예산을 반영하고 그 운영계획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는 2016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유럽사무소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2017년도 예산안 편성 시 반영할 것”이란 부대의견을 달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내년(2016년)에는 예산을 반영하자”는 김 원장의 발언은 ‘유럽 현지 모니터링 사업’이란 명목으로 현실이 됐다. 이때는 김 의원의 임기가 끝난 시점이었지만 기획재정부가 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국회로 넘겼다.
 
현정택 KIEP 원장은 2016년 10월 국회에 출석해 “애초에는 5억원을 기재부에 신청했다”며 “바로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지 말고 일단 가서 모니터링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3억원으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예산은 700만원이 삭감된 2억9300만원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은 8일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수차례 출장을 다녀온 사실과 관련해 추가 폭로와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일부에서는 김 원장의 의원 시절 발언을 근거로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2014년 10월 2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속기록에 따르면 김기식 의원은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게 “정책금융공사 임직원이 2013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총 93건의 해외 공무출장을 다녀왔는데, 그중에서 공사 예산으로 다녀온 건 68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25건은 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들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아서 출장을 갔지요?”라고 물었다.
 
김 원장은 당시 “전면 실태조사를 해서 부적절함이 있다면 과도한 로비와 접대를 받은 직원을 엄정히 징계하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원장의) 임명 철회를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주정완·김준영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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