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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송파 세모녀' 이후에도 복지 사각지대 예방 구멍

중앙일보 2018.04.08 21:01
생활고에 시달리다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가 남긴 글. 4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 예방 시스템에는 여전한 구멍이 남아있다. [중앙포토]

생활고에 시달리다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가 남긴 글. 4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 예방 시스템에는 여전한 구멍이 남아있다. [중앙포토]

8일 드러난 증평 모녀 사건은 4년 전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사전 예방시스템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자살 유가족 관리의 허점까지 드러냈다. 올해 예산의 34%인 144조7000억원을 복지에 쓰고 있지만 송파세모녀 사건과 유사한 비극을 막지 못했다.
 

정부, 27개 빅데이터 활용 고위험군 찾아
공공임대와 달리 민간 임대 아파트 허점

증평 모녀, 건보료 체납도 기준 못 미쳐
자살 유가족 위한 체계적 지원도 미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2015년 말부터 단전ㆍ단수·가스공급중단·건강보험료 체납 등 14개 공공기관의 27개 정보를 모아서 사각지대 세대를 찾는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예방 조치다.
 
하지만 여기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체납자 정보는 27개 정보에 포함돼 곧바로 복지부에 통보된다. 이렇게 통보된 세대 중 정도가 심한 5만~7만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현지 조사를 나간다. 두 달마다 시행한다. 27개 정보를 종합해서 점수가 높게 나와야 고위험군에 든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A씨처럼 민간 임대아파트에 살거나 전세 보증금이 1억원을 넘는 경우는 빠진다. A씨 모녀는 월세·수도비·전기요금이 밀렸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만 파악하고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A씨는 관리사무소에서 단전ㆍ단수를 하지 않았고 관리비 연체만 파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간 아파트 관리비 연체 정보가 정부의 빅데이터 망과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료 체납도 월 5만원 이하 세대만 27개 항목에 포함된다. A씨는 다섯 달 건보료가 밀렸지만월평균 7만~8만원을 냈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포용적 복지국가'를 내세웠다. 통합적ㆍ체계적인 빈곤 사전예방 체계 구축,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한 위기 가구 선제 지원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물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파트 보증금과 차량 3대(트럭ㆍSUV) 때문에 기초 급여 기준을 넘긴 A씨는 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월 10만원) 외엔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평 모녀 사건은 자살 유가족 관리 미비도 그대로 드러냈다. [중앙포토]

증평 모녀 사건은 자살 유가족 관리 미비도 그대로 드러냈다. [중앙포토]

자살 유가족에 대한 관리·지원 미비도 드러났다. 이들은 죄책감과 분노 등이 겹치면서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과 비교해 자살 위험은 8.3배, 우울증 확률은 7배로 뛴다. A씨도 지난해 9월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곧이어 어머니도 숨지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고통 완화를 위한 지원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실제로 유가족 자조 모임, 심리 부검 등을 빼면 정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본인이 나서기 싫다고 하면 손쓸 도리가 없는 것이다.
'송파 세모녀' 4년 지났지만...
올 1월 정부가 발표한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2018~2022년)에서도 자살 유가족에 특화된 지원책은 자조 모임 활성화, 심리상담ㆍ치료지원 서비스 개발에 그쳤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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