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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서 실질적 경제지원 약속하면 비핵화 협상엔 악영향"

중앙일보 2018.04.08 16:37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70)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달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는 실질적인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 비핵화를 논의할 북·미 정상회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회담은 양측간 관계개선을 논의하는 장이기도 하지만, 북·미 대화로 가는 ‘다리’로서의 성격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인터뷰
"이산가족 등 대가는 인도주의 수준에 머물러야"

"김정은,비핵화 언급 안할 수 없다는 것 알아"
"트럼프 주변엔 북핵 공부시킬 사람 없어 걱정"
"트럼프 美본토만 안전하면 된다고 생각할수도"

"비핵화 원칙적 합의만으로 대북 제재 풀면 안돼"
"미사일과 핵문제 해결없이 납치 문제 안움직여"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4일 도쿄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 북미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승욱 특파원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4일 도쿄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 북미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승욱 특파원

 
야부나카 전 차관은 이어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만으로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목소리로 북핵문제의 디테일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한·미·일 3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시절인 2003년 8월 시작된 북핵 6자회담의 초대 일본 수석대표를 맡았다. 2004년 3차 회담까지 수석대표를 지낸 뒤 외무심의관을 거쳐 사무차관까지 역임했다. 인터뷰는 야부나카 전 차관의 도쿄 사무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갑자기 대화쪽으로 움직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책전환에 능하다는 인상이다. 대담한 외교를 하고 있다. 전략을 갖고 움직이는 듯 하다. 대화에 나선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로 분석된다. 대북 제재가 먹히니까 곤혹스러워서라는 분석, 또 핵과 미사일에 대해 이미 (실험 등)할 것은 상당부분 다 해서 자신이 있기 때문에 대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월을 앞두고 큰 정책 전환, 새로운 국가 전략을 정한 듯 하다.”
 
김정은의 언행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작은 실랑이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놀랐다. 한국 특사단과의 대화에서 ‘얼마 동안은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거나 ‘한·미 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했다. 과거엔 ‘미사일을 안쏠테니 뭔가를 좀 달라’며 ‘행동 대 행동’,‘말 대 말’을 요구했다. 우리는 그런 태도에만 익숙해져 있는데 김정은은 대담한 자세를 보이더라. 
무대를 크게 한번 바꿔보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핵심은 '비핵화'이며,(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비핵화’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미 알고 있는 듯 하다.”
 
김정은은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를 말할 것인가. 
“김정은은 뉴 플레이어지만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문제를 담당해온 올드보이들이다. 김정은도, 주변사람들도, 트럼프에게 ‘비핵화’를 말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제대로 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주변 사람들과 거의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렵고 귀찮은 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김정은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뭔가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딜(거래)은 내가 한다. 내가 베스트 딜 메이커다’라고 하지 않나. 김정은 입장에서도 회담이 결렬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렬되면 군사 공격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회담의 관건은.
“일단 비핵화의 의미다. 과거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철수도 (북한이 주장하는)비핵화에 포함시켰다. ‘평화조약을 체결하면 군대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였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종국적인 문제해결까지는)엄청나게 시간이 더 걸리지 않겠는가. 옛날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라고 했지만 ‘dismantlement(폐기)’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이란은 20% 농축 우라늄을 갖고 있었고, 핵 무기는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엄청나게 오랫동안 어려운 협상을 했다. 핵을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하고 폐기를 검증하는 아주 멀고 어려운 작업이다.”
 
후속절차의 중요성을 트럼프 대통령도 인식하지 않을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에서 비핵화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다. 제대로 머릿 속에 넣고 있느냐다. 앞으로의 험난한 프로세스에서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생각하면서 (김정은에게) ‘제대로 회담을 해보자, 시간을 두고 실무 레벨에서 또 협상을 해 나가자. 그리고 1년 뒤가 됐든 언제든 핵폐기를 한번 확인하자. 확인이 되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식의 회담을 해야 한다. 비핵화에 대한 원칙만 합의하면서 곧바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면 양측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하지만 그럴 위험이 있다.”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서승욱 특파원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서승욱 특파원

 
비핵화는 어차피 단계적일 수 밖에 없나.
“그렇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진전시키는 게 좋다. 그래야 무엇이 문제이고, 다음 단계에는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트럼프와 김정은)두 사람이 서로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알맹이는 없이 ‘비핵화 합의’라는 원칙만 섰는데,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고 하면 실제로 핵 문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제재완화는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뒤에 해야 한다. 몇 번이고 몇 단계를 거쳐도 좋다. 아마도 (김정은이)이번 회담에서 ‘미사일을 더 이상 발사하지 않겠다’거나 ‘핵 실험을 더는 안한다’는 선까지는 나올 것으로 본다. 과거 북한은 ‘그것까지 하면 무엇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번에 어디까지 요구할 지가 관심이다.”
 
일괄타결을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북한의 핵을 전부 없애는 게 예를 들어 한 달만에 되겠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일괄타결을 말하는 사람도 종국적인 문제해결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비핵화 (원칙에 대한)합의만으로 경제협력을 진전시키자, 평화조약을 체결하자' 이런 식이 가장 곤란하다. 북한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북·미 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이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북·미 회담에서 이 정도는 꼭 해야 한다’고 얼마나 압박할 수 있을까. 
남북 정상회담은 이산가족 문제 등 양측의 전반적인 관계개선의 측면도 있고, 북·미 대화로 가는 ‘다리’로서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할 때도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할 때는 신경써서 조심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 밸런스를 맞추는 정도(의 대가)라면 몰라도 그 이상의 수준의 실질적인 경제지원을 하거나 이를 약속하는 것은 (북ㆍ미간의)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될 것이다. 너무 열심히, 무엇인가 너무 멋진 걸 할려고 (욕심을 내거나)하면 오히려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핵ㆍ미사일 문제는 남북회담에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인도적인 차원을 넘는 약속을 한국이 해서는 안된다.”
 
북ㆍ미 회담 전엔 미ㆍ일 정상회담도 열린다. 아베 총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트럼프에게 핵ㆍ미사일의 기술적인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브리핑 할 수 있는 사람,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없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그렇지만 백악관에도 국무부에도 디테일하게 파고들 줄 아는 사람이 적다. 핵과 미사일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이를 다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약속을 받아냈으니 된 것 아니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안 쏜다니 미국 본토가 안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때 '그것만으론 안된다. 제대로 약속 받아야 하는 것들을 김정은에게서 확약을 받아야 한다'고 코치할 만한 사람이 미국 내엔 없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처럼 트럼프가 귀찮아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아베 총리가 할 수 있나
“그런 점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에 또 골프 치나. 그럴(골프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과거 북한과의 협상을 보면 이런 문제가 있다’,‘이건 조심해야 하고 이건 얻어내야 한다’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5~6시간 동안 설명해야 한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얘기만 해선 안된다. 그동안 좋은 관계를 계속 구축해왔으니 이제 제대로 얘기를 해야 한다.이번엔 친밀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 트럼프를 끌어 내는 자석 역할, 가이드의 역할을 아베 총리가 해야한다.”
 

북한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핵물질과 핵무기의 신고단계부터 제대로 된 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하나하나가 모두 협의 대상이다. 처음부터 IAEA와 함께 하는 것,그리고 관계 당사자들이 일체화돼 참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이 수가 틀리면 일본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 북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다. 북한과 미국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 않다. 일본을 포함해 관계국 간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결국은 6자회담의 형태로 가는 게 자연스럽다. '과거 실패한 모델','잘 안됐다'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일본 정부도 반대하지 않는다. IAEA가 추가되는 정도이지, 사실 6자 이외에 당사자는 거의 없다.”
 
북ㆍ미 회담전에 한ㆍ미ㆍ일이 3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실무협의 등을 통해 페이퍼를 만들면 좋겠다. 20페이지든 30페이지든 트럼프가 확실히 공부해 김정은에게 자기의 목소리로 디테일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검증과 사찰의 단계 단계를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김정은이 어물쩍 뭉게 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준비해야 속지 않는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납치 문제도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를 결단해 새로운 국가건설을 한다고 하면 (다른 나라로부터의)경제지원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 때 일본이 ‘납치문제가 해결 안되면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확실히 알게 해야 한다.”
 
현장에서 협상을 해보면 북한 외교력의 힘이 느껴지나
“자기들이 목표를 정하고 자기들이 컨트롤하는 게 북한 외교의 강점이다. 북한과 협상하는 상대방은 담당하는 사람도 (자주)바뀌고, (비판하는)언론도 있고, 야당도 있으니 북한보다 그런 점에선 약하다. 협상 상대로서 북한은 만만치 않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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