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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무 돌입 볼턴, 북미 협상서도 ‘美 우선주의 선봉장’

중앙일보 2018.04.08 16:28
9일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9일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현지시간)부터 업무에 착수한다. 대북 강경파로 널리 알려진 볼턴은 5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총괄할 핵심 인물 중 하나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 등 공화당 행정부에서 꾸준히 중용됐던 볼턴이 외교·안보 관련 업무에 본격적으로 관여한 것은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을 맡으면서다.(2001~2005년)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해상 차단의 기본 개념을 제공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마련하는데(2005년) 큰 역할을 했고,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718호 채택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가 정부에서 일할 당시 직접 업무를 같이 해본 이들은 볼턴이 꼭 북한에만 강경한 매파라기보다는 ‘미국식 일방주의’에 대해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고 증언한다.   
 
그가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으로 임명된 직후 2001년 11월19일 제네바에서 열린 BWC(생물무기협약) 5차 평가회의에서 한 연설이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고 군축 분야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평가회의는 생물무기 사용 및 확산을 막기 위해 1972년 체결된 BWC의 144개 서명국 대표들이 모이는 연례회의로, 5차 회의에서는 생물무기 개발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담은 강제이행의정서 초안을 승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볼턴은 회의 첫날 “지금 초안은 ‘없는 것보다 낫다’는 정도의 수준”이라며 “미국은 BWC를 위반하는 깡패 국가들(rogue states)이 생물 무기를 개발 및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연설을 했다. 그러면서 생물무기를 개발하는 나라 6개국을 처음으로 공개 지목했고 북한을 세번째로 거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의정서 초안을 거부하며 144개 가입국이 BWC 위반을 형사 처벌하도록 국내법을 정비하라고 제안했다. 범죄인 인도까지 염두에 둔 아이디어였다.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이 중재에 나섰으나 미국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당시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80년 이후 5년마다 열린 BWC 평가회의에서 최종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회의에 상정된 강제이행의정서 초안은 BWC 가입국들이 7년에 걸친 협상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볼턴이 처음 협상장에 나타나서 한 말이 ‘이거 마음에 안 드는데’였고, 그러고선 미국은 하지 않겠다고 하고 나가버렸다”며 “여러 국가들이 이를 비난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더라”고 전했다.  
 
관련 협상을 관할했던 주제네바 대표부도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때 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볼턴과 정 실장은 향후 북핵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카운터파트다.
 
군축 및 안보 분야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볼턴은 기본적으로 다자 간 협의를 통한 해결이나 합의에 의한 검증은 너무 약하다는 입장이었다”며 “BWC 회의에서 판을 깬 것도 이렇게 물렁하게 하느니 미국 단독으로 생물무기 금지체제를 주도하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동맹이나 우방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주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집중하는 협상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변의 우려에도 볼턴을 전격 기용한 것은 자신이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식 외교의 선봉장을 맡길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미국이 북핵 협상에서도 이런 '아메리카 퍼스트' 논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만을 위한 성공이 될지, 한·미 모두를 위한 성공이 될지가 관건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미래의 핵 개발 동결 정도에서 목표선이 정해지는 것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을 계속 대화 테이블에 끌어당겨 놓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 로드맵 조율에 있어 미국을 설득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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