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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거래 전체로 번지는 불신…삼성증권 허위 거래 사태, 공매도에 ‘불똥’

중앙일보 2018.04.08 14:45
삼성증권 사태가 확산하는 중이다. 공매도를 포함한 증권사 거래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황당한 실수와 내부 검증 시스템 부재가 빚은 참사다.  
 

없는 주식 대량으로 입고, 실제 주가 하락에 영향
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위조지폐와 유사
내부 사전 차단 시스템 없고, 허위 매도 가능하단 점에서
공매도를 비롯한 전체 증권사 거래 시스템으로 불신 확산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쯤 한 직원이 실수를 저지른다. 배당 지급 창에 단위를 ‘원’ 대신 ‘주’를 입력한다. 삼성증권에서 정한 배당액은 주당 1000원. 1000원을 입력해야 하는데 1000주가 각 계좌로 입력됐다.  
 
사진은 삼성증권이 입주해 있는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연합뉴스]

사진은 삼성증권이 입주해 있는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삼성증권 직원이 가진 우리사주는 283만1620주로 전체 지분의 3.17%에 해당한다.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약 2000명 직원에게 나가야 할 28억원 현금 배당이 28억 주로 바뀌어 입금됐다. 금액으로는 112조원어치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잘못 입금된 주식을 일부 직원이 실제로 팔았다. 내부에서 문제를 깨닫고 사태 수습을 시작한 건 오전 10시쯤이다. 그런데 불과 30여 분 사이 잘못 배당받은 약 2000명 삼성증권 직원 가운데 16명이 501만3000주를 매도했다. 삼성증권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팔리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전날 3만9800원으로 마감했던 삼성증권 주가가 한때 3만5150원으로 11% 넘게 폭락했다.  
 
삼성증권 측은 “회사는 상황 파악 후 잘못 입력됐던 주식 입고 수량을 즉시 정상화했으나, 일부 직원들이 배당받은 주식을 매도했다”며 “일부 직원 계좌에서 매도됐던 501만3000주는 시장에서 매수하거나 일부 대차하는 방식으로 전량 확보해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정상화’와 거리가 멀다. 전체 상장 주식 수보다 훨씬 많은 주식이 배당으로 입고됐는데도 내부적으로 이를 막는 사전 통제 시스템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뒤늦게 금융 당국은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판 직원에 대한 법적 처분 문제도 검토 중이다.  
 
이 사태는 공매도 반대 여론에도 불을 붙였다. ‘삼성증권의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후 1시 30분 현재 12만 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비슷한 내용으로 삼성증권과 공매도를 규제하라는 다른 국민청원도 230건 넘게 올라와 있다.  
 
삼성증권 직원이 저지른 일은 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에 가깝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냈고 수익을 챙겼다. 주식을 먼저 빌린 뒤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다시 갚는, 합법적 테두리 안의 공매도와는 차이가 있다. 금융 당국은 무차입 공매도보다도 더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다. 없는 주식을 실제 있는 주식과 같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위조지폐에 가깝다. 거기에 실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고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점에서 더 피해가 크다.
 
또 증권사에서 임의로 허위 주식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전체 증권 거래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 불신도 확산하는 중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날 삼성증권은 구성훈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금번 이슈로 발생한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 구제하고, 배당주식 매도 등으로 도덕적 문제가 발생한 해당 직원과 관련자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 철저한 원인 파악과 관련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추후에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배당 입고 착오를 저지른 직원과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판 직원 16명을 9일부터 업무에서 배제하는, 대기 발령 조치를 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사규에 따라 최대 해고 등 엄중 책임을 묻고 주식 매도에 따라 발생한 이익을 환수하는 한편, 발생한 손실에 대한 피해 보상 책임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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