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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탓 말라, 10년 뒤면 지금이 부러워진다

중앙일보 2018.04.08 01:02
[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40)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속담에는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리 충분히 살펴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이 담겨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속담에는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리 충분히 살펴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이 담겨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
 
맞다. 이건 우리 속담이다.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초등학생 때는 이게 진리인 줄 알았다. 좀 크고 보니 그럴 법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중도 포기하면, 그간 들인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니 그만큼 손해다. 여기에 다른 일을 했다면 거둘 수 있었을 결실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미리 충분히 살피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도 겸한 속담이다.
 
하지만 이건 대부분의 속담이 그렇듯 일면의 진리만 담고 있다. 70년대 말이던가, 개그라는 것이 막 등장했을 무렵 ‘속담 비틀기’가 이를 잘 보여줬다.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안 간 것보다 간만큼 낫다”고 그랬다. 어느 개그맨이. 이 말도 맞다. 포기든 실패든 그래도 남는 게 있다. 들인 발품이나 시간을 아까워만 할 게 아니다. 포기하기까지 그간의 경험, 중도에 본 풍경 등 얻는 게 왜 없을까. 실패에서 배운다는 ‘실패학’도 등장한 마당이다. 준비만 하다가,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속담 또는 명언 비틀기의 또 다른 사례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다”이다. 이는 때를 놓쳤더라도 시작하면 그만큼 얻는 게 있다는 긍정의 정신을 담았다. 하지만 현실에 지친 젊은이들은 종종 자조 섞인 목소리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면 정말 늦었다”고들 한다. 그리 말하는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깝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른 때다  
60대 중반에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 동창. 그 학위 덕이었는지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었다는 낭보를 뒤이어 전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중앙포토]

60대 중반에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 동창. 그 학위 덕이었는지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었다는 낭보를 뒤이어 전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중앙포토]

 
얼마 전 한 대학 동창이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다. 60대 중반이니 교수를 했더라도 이제는 정년퇴직할 나이인데, 그것도 평소 학문을 한 것도 아니고 일반 직장생활을 끝낸 후 올린 개가였다. 그야말로 써먹을 데가 없는 학위인 만큼 ‘늦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늦은 때’라고 여겼다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그 친구는 그 학위 덕이었는지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었다는 낭보를 뒤이어 전해 이번엔 부러움을 샀다.
 
이와 관련해 최근 들은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70대 중반인 그가 그랬다. “내가 10년만 젊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그가 10년 젊어 봐야 60대 중반인데 말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충격을 받았다. 시나브로 의욕을 잃고, ‘이제는 정리할 때’라며 뒷전에 물러앉아 편안만 바치려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백 년을 살 듯 꿈꾸고, 내일 죽을 듯 열성을 다하라” 했던가. 뭐든 시작하기 늦은 때는 없다. 나이야 어떻든, 10년 뒤에는 ‘지금’을 부러워할 테니까. 그러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면 정말 늦었다’는 이야기는 말장난으로 치부하고 신발 끈을 졸라매는 게 맞다고 본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보면 옛말이 그른 게 없는 듯하다. 왜 있잖은가.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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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필진

[김성희의 천일서화] 책생책사(冊生冊死). 책을 읽고 기자를 꿈꿨고, 출판팀장으로 기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핵심은 ‘재미’였다. 공연히 무게 잡는 책은 싫기도 하고 읽어낼 깜냥도 못 되었으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책’ 이야기 또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쓰려 한다.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듯한 아라비안나이트식 책 이야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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