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40)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속담에는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리 충분히 살펴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이 담겨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4/08/a9fbb753-c521-4f3d-a4f6-f0c60d1d6953.jpg)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속담에는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리 충분히 살펴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이 담겨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
맞다. 이건 우리 속담이다.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초등학생 때는 이게 진리인 줄 알았다. 좀 크고 보니 그럴 법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중도 포기하면, 그간 들인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니 그만큼 손해다. 여기에 다른 일을 했다면 거둘 수 있었을 결실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미리 충분히 살피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도 겸한 속담이다.
하지만 이건 대부분의 속담이 그렇듯 일면의 진리만 담고 있다. 70년대 말이던가, 개그라는 것이 막 등장했을 무렵 ‘속담 비틀기’가 이를 잘 보여줬다.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안 간 것보다 간만큼 낫다”고 그랬다. 어느 개그맨이. 이 말도 맞다. 포기든 실패든 그래도 남는 게 있다. 들인 발품이나 시간을 아까워만 할 게 아니다. 포기하기까지 그간의 경험, 중도에 본 풍경 등 얻는 게 왜 없을까. 실패에서 배운다는 ‘실패학’도 등장한 마당이다. 준비만 하다가,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속담 또는 명언 비틀기의 또 다른 사례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다”이다. 이는 때를 놓쳤더라도 시작하면 그만큼 얻는 게 있다는 긍정의 정신을 담았다. 하지만 현실에 지친 젊은이들은 종종 자조 섞인 목소리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면 정말 늦었다”고들 한다. 그리 말하는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깝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른 때다
![60대 중반에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 동창. 그 학위 덕이었는지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었다는 낭보를 뒤이어 전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4/08/e8e0712a-cac6-473c-822a-d10ccece912b.jpg)
60대 중반에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 동창. 그 학위 덕이었는지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었다는 낭보를 뒤이어 전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중앙포토]
얼마 전 한 대학 동창이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다. 60대 중반이니 교수를 했더라도 이제는 정년퇴직할 나이인데, 그것도 평소 학문을 한 것도 아니고 일반 직장생활을 끝낸 후 올린 개가였다. 그야말로 써먹을 데가 없는 학위인 만큼 ‘늦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늦은 때’라고 여겼다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그 친구는 그 학위 덕이었는지 대기업의 사외이사가 되었다는 낭보를 뒤이어 전해 이번엔 부러움을 샀다.
이와 관련해 최근 들은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70대 중반인 그가 그랬다. “내가 10년만 젊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그가 10년 젊어 봐야 60대 중반인데 말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충격을 받았다. 시나브로 의욕을 잃고, ‘이제는 정리할 때’라며 뒷전에 물러앉아 편안만 바치려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백 년을 살 듯 꿈꾸고, 내일 죽을 듯 열성을 다하라” 했던가. 뭐든 시작하기 늦은 때는 없다. 나이야 어떻든, 10년 뒤에는 ‘지금’을 부러워할 테니까. 그러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면 정말 늦었다’는 이야기는 말장난으로 치부하고 신발 끈을 졸라매는 게 맞다고 본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보면 옛말이 그른 게 없는 듯하다. 왜 있잖은가.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