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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담배 끊으면 '살'찔까봐 아직도 이별 못하신 건 아니죠?

중앙일보 2018.04.08 00:01
금연 후 1년간 체중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통상 4~5㎏이 증가한다고 한다. [중앙포토]

금연 후 1년간 체중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통상 4~5㎏이 증가한다고 한다. [중앙포토]



금연으로 얻었다는 '배둘레햄(복부비만)'
 
7년 차 지방공기업 직원 강모(40)씨는 최근 ‘재흡연자’가 됐다. 2016년 7월 '딸 바보' 아빠가 된 뒤 올해 첫날부터 인생 세 번째 금연에 도전했지만, 석 달 만에 무너졌다. 70㎏이었던 체중(신장 170㎝)이 76㎏으로 불어난 뒤다. 강씨는 “허리둘레 33인치 바지의 훅이 아무리 애를 써도 채워지지 않는다”며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담배를 다시 태우니 입맛이 사라지더라”고 말했다. 곧 체중감량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투다. 
 
“금연 후 체중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쉽게 들리는 경험담이다. 금연금주를 주제로 한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1년 후 체중이 불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정에 체중증가를 우려해 금연결심을 미루거나, 강씨의 경우처럼 재흡연으로 회귀하는 애연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체중증가와 관계없이 금연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 직장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한 직장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살쪄도 심혈관계 질환 걱정말라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지난 2002~2005년 사이 건강검진을 두 차례 받은 40세 이상 남성 10만8242명을 대상으로 금연에 따른 체중 증가와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올 초 발표했다. 대상자 선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금연 후 체중이 증가했더라도 흡연자보다 심근경색·뇌졸중 발생 위험이 각각 67%,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금연에 따른 체중, 혈당·콜레스테롤 수치 증가로 담배를 끊는 게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담배를 끊으면 살이 쪄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애연가들의 항변은 변명이 됐다.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담배 끊으면 이래서 살찐다
 
5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금연 후 살이 찌는 원인은 대체로 ① 기초대사율 감소 ②미각 회복 ③ 군것질 증가 세 가지 요인으로 요약된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체내 에너지 소모량이 늘어난다. 온도와 근육 긴장도 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양인 기초대사량이 증가한다. 금연하면 몸 안의 에너지는 덜 사용하게 된다.   
담배를 찾는 손. [중앙포토]

담배를 찾는 손. [중앙포토]

 
니코틴은 미각기관의 감각을 둔화시킨다. ‘식후땡’(식사 후 피는 담배를 일컫는 속어)보다 식전 담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은 이유다. 금연 후에는 미각이 돌아온다. 입맛도 좋아진 데다 흡연 욕구를 채우려 초콜릿, 사탕 등 단 음식까지 찾게 되니 자연히 살이 찐다. 가정의학 학계에서는 금연 후 1년간 체중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통상 4~5㎏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식이조절과 가벼운 운동은 필수
 
가정의학 전문의들은 식이조절과 적당한 운동으로도 충분히 체중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일단 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육류 섭취를 줄이고, 대신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나 생선, 달걀흰자 등을 추천한다. 입이 심심할 때는 포만감을 주는 바나나, 당근을 즐겨보자.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도 식욕조절에 도움이 된다. 또 조깅이나 줄넘기 등 가벼운 운동으로 흡연 욕구를 억제할 수 있다. 
[자료 인제대 상계백병원]

[자료 인제대 상계백병원]

 
[자료 국립암센터]

[자료 국립암센터]

김규남 인제대 상계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는 “금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득은 매우 크다”며 “체중이 조금 늘어난다는 핑계로 금연을 포기하거나 다시 담배를 찾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다”고 당부했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금연에 필요한 행동요법이나 니코틴 대체요법, 약물요법 등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며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성남=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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