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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년 만에 돌아온 『효종실록』

중앙선데이 2018.04.07 01:01 578호 29면 지면보기
정재숙의 ‘新 名品流轉’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 ‘동경고전회’ 대입찰 회에서 이양재 이사장이 낙찰받을 당시 상자에 담긴 『효종실록』 20. [사진 이양재]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 ‘동경고전회’ 대입찰 회에서 이양재 이사장이 낙찰받을 당시 상자에 담긴 『효종실록』 20. [사진 이양재]

불타 사라진 줄 알았던 조선시대 서책 한 권이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보급 문화재인 『효종실록(孝宗實錄)』(권지 20) 1책이다. 국보 151-3호로 지정된 ‘오대산 사고본(史庫本)’의 일부다. 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공개된 이 책은 1661년(현종 2년)에 편찬된 것으로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사고에 보관되다가 1913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 동경제국대(현 도쿄대)로 이관됐다. 당시 함께 반출됐던 실록(총 788책)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 소실됐다. 이 책도 그 무렵 재로 화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서지학자인 이양재(63) ‘리준(李儁) 만국평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중순, 일본 고서점협회인 ‘동경고전회’ 경매 목록에 이 책이 오른 정보를 입수했다. 동경고전회가 1년에 한 번 11월에 여는 대입찰회 날짜는 19~20일 이틀간으로 이 이사장은 급히 18일 현장으로 달려가 일반 공개에 참가해 진품임을 확인했다. 회원만 참가할 수 있는 입찰 규정에 따라 10여 년 교유한 대리인을 내세운 이 이사장은 여러 나라 소장가가 참여한 경합 끝에 결국 『효종실록』 권지20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품에 안은 『효종실록』을 국내로 들여오는 길 또한 쉽지 않았다. 유실 문화재에 대한 선의 취득을 인정하는 일본 문화재 관련법과 달리 한국 ‘문화재 보호법’은 해외에서 합법적 절차를 걸쳐 수입한 환수 유물이라도 개인 소장 대신 국가 관리가 가능한 국가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매도해 줄 것을 권고하기 때문이다. 3억원을 호가하는 이 책을 비교적 저렴하게 낙찰해 환수했음에도 국립고궁박물관이 구매하기까지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이 이사장은 “우리 문화재 관리 정책이 전근대적인 점이 많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최근 한·중·일 문화재 유통 전반을 비교해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할 때가 됐다. 바뀌지 않는 한 국외 소재 문화재의 귀국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조언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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