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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버스 대란 정말 피하려면

중앙일보 2018.04.06 01:23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취지는 좋지만 이대로면 회사도, 기사도 문제고 버스 타는 서민들까지 피해를 봅니다.”
 
경기도에서 버스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이 얼마 전 한 얘기다. 그는 7월부터 시내버스, 시외버스 등 노선버스도 근로시간을 대폭 줄여야 하는 걸 두고 걱정이 컸다. 현재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또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를 하며 연장근로 시간을 사실상 무제한 쓸 수 있다. 특례업종이라 가능하다. 또 연장근로 수당을 통해 기사 임금도 어느 정도 맞춰줄 수 있었다.
 
그런데 7월부터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연장근로는 무조건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 근무체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런 처지인 시내버스가 전국 시내버스의 54%다. 중간에 교대라도 하려면 기사를 더 뽑아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당장 1만 2000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기도만 8000명 선이다. 자격과 경력을 갖춘 인력을 단시간에 대규모 채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뽑을 수 있다고 해도 인건비 부담이 걱정이다. 여기까지는 회사 문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버스 기사들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이 줄 수밖에 없다. 노사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보전을 받더라도 한계가 있다. 임금이 최대 30%까지 떨어질 거란 계산도 나온다. 기사도 문제인 까닭이다. 이런 비용 부담을 해소하려면 정부·지자체가 지원을 해주거나 버스 요금을 올리는 방법뿐이다.
 
당장 버스업계 노사는 ▶버스요금 인상 및 정례화 ▶버스 준공영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7월부터 운행 횟수와 노선을 줄이겠다고 경고한다. 서민들의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자칫 경력이 일천한 기사들을 대량 투입하는 경우에는 안전도 우려된다. 그래서 서민도 피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거다. 갑자기 버스 기사를 대량 양성할 수도 없다. 준공영제 확대도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관련 부처 공무원 마저 “워낙 갑작스럽게 근로시간 단축이 진행되다 보니 참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노선버스의 근로시간 단축을 1~2년 유예하고, 그 사이에 ▶기사 육성 ▶재원 부담 ▶준공영제 확대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무조건 정해진 시한대로 밀어붙이는 ‘닥공’(닥치고 공격)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서민의 발을 안전하고 안정되게 가다듬는 게 필요하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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