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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절경·골목 투어에 별미까지…볼수록 욕심나는 '욕지도'

중앙일보 2018.04.06 01:02
[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21)
사량도, 소매물도 등 이름만 들어도 낭만이 느껴지는 섬들과 달리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름을 가진 섬, 욕지도. 경남 통영에서 32km, 직항여객선으로 55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욕지도. [사진 김순근]

욕지도. [사진 김순근]

 
유배자들이 욕된 삶을 살다간 섬이라서, 욕지항 앞 작은 섬이 마치 거북이가 목욕하는 형상이라서 등 욕지도의 유래에 대해 여러 설이 전해지지만 통영시의 관광안내서에는 ‘욕지’(欲知)가 불교 화엄경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욕지도(欲知島)를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이라고 소개해 놓았다.
 
화엄경에 ‘欲知蓮花藏頭眉問於世尊’(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연화(극락)세계를 알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세존(부처님)께 여쭈어라)는 구절의 욕지(欲知)에서 섬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 실제로 욕지도 인근에 연화도와 세존도 등 화염경 속 불교와 연관된 이름의 섬이 많아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임을 뒷받침한다.
 
 
욕지항의 메밀 잣 밤나무 숲(천연기념물 제343호)은 숲속 탐방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이곳은 이중섭 화가가 1953년 통영 체류 시 친구와 함께 욕지도에 이틀간 머물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욕지도 풍경’을 그렸던 곳이다. [사진 김순근]

욕지항의 메밀 잣 밤나무 숲(천연기념물 제343호)은 숲속 탐방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이곳은 이중섭 화가가 1953년 통영 체류 시 친구와 함께 욕지도에 이틀간 머물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욕지도 풍경’을 그렸던 곳이다. [사진 김순근]

 
이런 이름의 유래 탓인지 욕지도 여행은 섬 전망 위주로 휘리릭 둘러본 뒤 감탄 몇 번 하고 돌아가는 여느 섬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고 또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그런 오묘함이 서려 있는 섬이다. 
 
욕지도 사람들은 똑같은 풍경도 매일 달리 보인다고 한다. 바다색이 매일 달라지며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매일 보는 해안선이 그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등. 그래서 늘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한다.
 
욕지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다. 섬을 일주하는 21km의 긴 해안도로가 있고 종주에 5~6시간 걸리는 산행코스도 있다. 무엇보다 일주도로를 따라 해안 절경과 바다전망 등 볼거리가 곳곳에 있고 먹거리도 풍성해 당일치기로 섬을 방문한 이들이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욕지도 종주산행은 공영버스로 야포로 간 뒤 일출봉-망태봉-옥동정상-혼곡-매바위-대기봉-태고암-천왕봉-시금치재-약과봉-논골~부두까지 약 12.5km, 5시간 정도 소요되며, 1시간 내외의 짧은 코스도 있다. [사진 김순근]

욕지도 종주산행은 공영버스로 야포로 간 뒤 일출봉-망태봉-옥동정상-혼곡-매바위-대기봉-태고암-천왕봉-시금치재-약과봉-논골~부두까지 약 12.5km, 5시간 정도 소요되며, 1시간 내외의 짧은 코스도 있다. [사진 김순근]

 
욕지도 관광진흥회 이태복 회장은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사람도 많지만 요즘 들어 힐링을 목적으로 며칠간 섬에 머무르며 낚시와 산행을 하고 드라이브로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욕지도를 방문한다면 바다전망이 빼어난 산행과 해안 절경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섬 드라이브를 꼭 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펠리컨 바위와 출렁다리, 욕지도 최고 명소
펠리컨 바위. [사진 김순근]

펠리컨 바위. [사진 김순근]

 
욕지도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가 펠리컨 바위와 출렁다리다. 이곳은 '비렁길' 트레킹과 자동차로 갈 수 있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이곳 사투리. 여객터미널에서 1km 남짓 떨어진 관청마을부터 혼곡마을까지 1.5㎞ 정도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다. 처음엔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길이 이어지지만, 산책길 같은 숲길, 해안데크길이 이어진다.
 
비렁길 중간에 펠리컨 바위와 출렁다리가 있다. 펠리컨 바위는 마치 펠리컨 머리처럼 생겨 이름 붙여졌다. 원래 머리 부분이 본섬과 떨어져 있었으나 2012년 40m 높이의 바닷가 수직 절벽을 길이 30m, 폭 1.5m의 출렁다리로 연결해 오갈 수 있게 됐다. 협곡 사이로 파도가 부서지는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아슬하게 연결된 다리는 걸을 때마다 심하게 출렁거려 아찔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출렁다리는 조금만 움직여도 출렁거려 스릴을 안겨준다. [사진 김순근]

출렁다리는 조금만 움직여도 출렁거려 스릴을 안겨준다. [사진 김순근]

 
출렁다리를 건너 펠리컨 바위에 오르면 억겁의 세월 속에 파도의 침식과 풍화 작용 때문에 생긴 해식애가 탁 트인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정작 펠리컨 바위에 오른 사람은 왜 펠리컨 바위인지 모른다. 섬 일주도로변에 있는 새천년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바다 건너편의 펠리컨 바위가 한눈에 들어와 왜 펠리컨 바위로 불리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객들은 도로에서 5분여 거리에 있는 출렁다리와 펠리컨 바위를 구경하고 돌아가곤 하는데, 비렁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거리의 고래 강정까지 갔다 오는 비렁길 체험을 해보길 권한다. 
 
이 구간은 아찔한 해안절벽 위 데크 길과 숲길이 이어져 비렁길의 묘미를 살짝 맛볼 수 있다. '고래 강정'은 바다 쪽으로 난 좁은 골짜기가 끝이 아득할 정도로 깊게 패어 있어 아래를 바라보면 아찔해 어지럼증이 생길 정도다. 강정은 바위벼랑이란 뜻이다. 이처럼 욕지도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비렁길에는 바다와 해안절벽, 숲길이 이어지며 아름다운 풍경들을 선사한다.
 
 
일주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드라이브는 물론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에 좋다. [사진 김순근]

일주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드라이브는 물론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에 좋다. [사진 김순근]

 
욕지도의 해안 절경을 더 다양하게 감상하려면 드라이브가 좋다. 펠리컨 바위와 출렁다리, 새천년 전망대를 비롯해 용왕의 세 딸과 이무기 총각에 얽힌 전설이 깃든 삼여바의 등 명소들이 일주도로변에 있고,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 차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공영버스(1000원)와 사륜오토바이 또는 섬 주요 명소를 안내하는 섬일주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도해 풍광이 파노파마처럼…섬산행의 묘미
섬 산행의 묘미가 바다전망인 만큼 욕지도 산행은 다도해의 풍광을 다른 각도에서 파노라마처럼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내 200여개의 섬 중 126개의 섬이 통영권 내에 있으니, 욕지도에선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도 다도해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을 조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비렁길 끝 혼곡마을과 드라이브 코스인 새천년전망대에서 대기봉(355m)까지 30여분 소요되는 등산로가 있어 짧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소 경사가 있지만 올라가며 만나는 멋진 전망에 힘든 줄 모른다. 대기봉 정상 전망은 그중 최고. 욕지항 쪽 전망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지고 탁 트인 시야는 망망대해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과 만난다.


 
60~70년대 거리풍경, 자부마을 골목길
60~70년 거리를 떠올리는 골목길. [사진 김순근]

60~70년 거리를 떠올리는 골목길. [사진 김순근]

 
욕지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골목길 투어다. 욕지항이 있는 자부마을 골목길을 걷노라면 마치 60~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곳곳에 보이는 허름한 빈집이 한때 2만여명이 살던 섬이 1500여명으로 줄어들면서 쇠락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좁은 골목길 빈집 창문에 붙여진 빛바랜 흑백사진들 속에 욕지도의 역사가 소담하게 담겨있다.
 
고등어가 많이 잡히던 욕지도는 일제가 어획량을 수탈했던 곳이다. 1910년대 자부마을(좌부랑개)을 중심으로 어촌 근대화가 이뤄져 어업전진기지가 되면서 각지의 어선이 욕지도 항으로 몰려들었고 섬에는 술집, 여관, 당구장, 술집 등이 생기면서 성시를 이루었다. 그 화려했던 영화는 파시가 형성됐던 1970년대까지 이어졌고 당시의 흔적들이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일본인 총책임자인 도미우라 저택과 일본인 판자촌, 욕지고등심상소학교, 명월관과 안방술집 거리, 이시모토 상회, 잡은 고등어를 일본에 보내고 남은 것을 염장하던 고등어 간독 등 자부마을 골목길은 역사산책 길이 된다.


 
고등어회, 빼떼기죽, 해물 짬뽕 등 별미 가득
고등어를 염장해 보관하던 간독. [사진 김순근]

고등어를 염장해 보관하던 간독. [사진 김순근]

 
욕지도에는 독특한 먹거리도 많다. 특히 고등어 최대 어장의 명성답게 싱싱한 고등어회를 언제든 맛볼 수 있고 학꽁치 등 제철 고기들도 넘쳐난다. 요즘은 쑥이 많이 나는 만큼 싱싱한 도다리와 쑥을 곁들인 도다리쑥국도 별미다.
 
이곳의 또 다른 먹거리로 해물 짬뽕과 빼떼기죽을 꼽을 수 있다. 해물 짬뽕은 몇 년 전 한 방송 프로에서 개그맨 정준하가 이곳 짬뽕이 맛있어 해마다 먹으러 간다고 언급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주말에는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빼떼기죽은 고구마를 썰어서 말려 만든 빼떼기로 만든 죽이다. 욕지도는 비탈길이 온통 황토밭인데 비가 와도 배수가 잘돼 고구마 생육에 최적의 조건인 데다 해풍과 햇살을 받아 단맛이 좋고 영양도 뛰어난 국내 최고의 고구마로 우뚝 섰다. 고구마로 만든 막걸리도 있다.
 
 
욕지도 여행정보
 
영동해운(주)에서 통영 삼덕항↔욕지항을 하루 7회 왕복 
·삼덕항→욕지항:06:45, 08:30, 10:00, 11:00, 13:00, 14:00, 15:30 
·욕지항→삼덕항:08:00, 09:40, 11:30, 12:30, 14:15, 15:30, 16:36 
·요금: 대인 편도 7,600원(차량은 승용차 기준 편도 22,000원)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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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근 김순근 여행작가 필진

[김순근의 간이역] 은퇴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성공의 성취감은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간이역’은 도전에 나서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처음 가는 길은 먼저 간 사람들이 겪은 시행착오 등 경험들이 큰 힘이 된다. 성공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 이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공유하고, 좋은 힐링 여행지를 통해 도전에 앞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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