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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삼성 공격한 엘리엇···이번엔 현대차에 선전포고

중앙일보 2018.04.04 09:31
막대한 돈을 들여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산다. 그리고 기업에 요구한다. ‘배당을 더 해라’ ‘구조조정을 해라’ ‘사업 부문을 쪼개 팔아라’. 주주로서 당연한 요구란 점을 강조한다. 목적은 하나다. 기업 가치의 상승. 주가든, 배당이든 자신이 확보한 지분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가장 중요하다. 
 

행동주의 투자 헤지펀드 엘리엇
현대차 지분 대량 보유 발표하고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 개편 요구

현대차 주가 장 초반 4%대 급등
삼성전자와 2015~2016년 일전

이들의 주장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행동으로 보여준다. 높은 지분율을 무기로 이사회를 움직여 이사진을 바꾼다. 최고경영자(CEO), 심지어 1대 주주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뺏기도 한다. 바로 ‘행동주의 투자(activist investment)’다.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 10억 달러 상당을 사들이고 지배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기아차 사옥 내부. [중앙포토]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 10억 달러 상당을 사들이고 지배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기아차 사옥 내부. [중앙포토]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을 겨냥했다. 엘리엇은 3일(현지시간) “10억 달러(약 1조500억원) 이상의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지분을 매입했다”며 “현대차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폴 싱어 회장이 이끄는 헤지펀드다.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는 회사다.  
 
엘리엇은 한국 시가총액 1위 회사인 삼성에 이어 3위 현대차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았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를 문제 삼았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의 출자 구조를 개편하고 조직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폴 싱어 엘리엇 회장. [중앙포토]

폴 싱어 엘리엇 회장. [중앙포토]

지난달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축으로 하는 지배 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순환 출자 구조를 없애고 지배 구조를 일원화하는 방향이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세부적인 중장기 계획이 비공개에 부쳐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내용을 공유하고, 주주에게 이익이 되도록 개편 계획을 실행하라는 요구다.
 
엘리엇은 이날 밝힌 성명서에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현대차 경영진의 대응 여부에 따라 강도를 높여 또다른 ‘행동’에도 나설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차는 삼성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된 김상조 교수를 비롯해 소액주주 운동가의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엘리엇이 현대차를 공격할 거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엘리엇은 한국에서도 친숙한 이름이다. 2015~2016년 엘리엇은 삼성과도 일전을 벌였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2016년엔 지배 구조 개편을 문제로 들어 삼성전자 분할, 30조원 현금 배당, 미국 상장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엘리엇의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반대는 소송으로도 이어졌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ㆍ박근혜 사태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과 대선 이후인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라 “삼성SDI는 삼성물산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기아차 사옥. [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 기아차 사옥. [연합뉴스]

 
엘리엇의 선전 포고에 재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의 전례를 볼 때도 현대차 경영진과 엘리엇의 승부도 단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엘리엇의 공격 소식에 현대차 주가는 급등했다. 오전 9시 12분 현재 현대차 주가는 하루 전보다 7000원(4.61%) 오른 1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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