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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 유치원 영어 … 김상곤·여당 사사건건 충돌

중앙일보 2018.04.04 01:08 종합 3면 지면보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시 확대’ 요구 사태를 계기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 장관과 여당 간의 갈등은 역대 정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현상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 학종 늘리고 정시 줄인다는 소신
여당선 여론 감안해 정시 확대 나서

차관이 대학에 비공식 루트로 전화
일각선 “이런 큰일 혼자 할 리 없다”
여당이 김상곤 패싱 나섰단 추측도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3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전화를 걸어 대학 총장들에게 ‘정시 확대’를 요구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교육부에서 일했지만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의 ‘정시 확대’ 요구는 교육부의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이를 두고 이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시 확대’ 카드로 표심을 얻으려는 여당을 의식했지만 교육부의 정책 기조와는 너무도 달라 교육부 차관이 전화 통화라는 비공식 루트를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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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자격고사 수준으로까지 영향력을 낮추는 게 김 부총리의 오랜 소신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달 3일 올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을 발표하며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대학에 권고했다.
 
김 부총리가 추진하는 수능 약화에 대해 여당 안에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많다. 지난해 8월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의 때는 여당뿐 아니라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 “대입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 대학이 수용할 수 있도록 매우 신중하고 천천히 가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여당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많은 것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공정성이 높은 정시모집 확대를 지지해 왔다. 여당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정책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수능과 내신으로만 대학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김 부총리는 대입 이외의 이슈에서도 여당과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지난 1월 김 부총리가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강행하려 하자 여당 의원들이 적극 만류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김 부총리와 여당 의원들의 만찬이 있고 나서 사흘 뒤 이 정책을 1년 유예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은혜 의원은 당시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여당 의원들이 시행 유보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시 확대’ 요구가 ‘김상곤 패싱’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박 차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정시 확대를 요구한 시점이 더좋은미래 연구소의 대입 방안 발표 직후라는 점도 이런 추측의 설득력을 높인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차관의 전화 한 통으로 온 국민이 혼란에 빠진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이렇게 큰일을 교육부 혼자 벌였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을 정치에서 독립시키려고 국가교육회의 같은 기구를 만들어 놓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백년지대계가 돼야 할 교육 정책이 여전히 선거와 정치에 휘둘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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