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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일자리 직접 만든다고 돈 쓸 때 … 선진국은 기업 고용 창출, 직업 훈련 지원

중앙일보 2018.04.04 01:04 종합 4면 지면보기
정부발 고용시장 교란 <하>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일자리 예산 가운데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투입한 돈은 67.3%였다. 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직접 일자리 창출에 쓴 평균치는 전체 일자리 예산 중 12.5%였다. 독일은 5.1%, 미국은 4.2%였다. 예산 집행 사정만 보면 한국은 일자리 창출 주체가 기업이 아니라 정부인 셈이다.
 

OECD 회원국 일자리 예산 비교
한국, 예산 끊기면 일자리 사라져
독일, 고용알선 서비스도 민간 이양

문제는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에 투입한 돈의 효과가 일회성이란 점이다. 예산 지원이 끊기면 해당 일자리는 사라진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창출된 일자리에 대한 통계를 낼 때는 연인원으로 작성한다. 순간포착형 실적 중심 통계인 셈이다.
 
OECD 회원국은 일자리 예산의 대부분을 일자리 알선, 숙련 향상과 같은 취업 준비자가 일자리 기회를 쉽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둔다. OECD가 정부가 돈을 들여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경계하고,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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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노동개혁 프로그램인 하르츠 개혁의 4차분(2005)에는 정부가 수행하던 고용서비스 시장을 민간에 이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취업을 많이 시킨 민간 서비스 기관에 수수료 형식으로 예산을 지원한다. 이러자 민간 고용서비스 기관은 심리 검사, 이력 조정 같은 고용 능력과 관련된 항목을 철저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직업능력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정밀 관리를 통해 근로자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준다. 독일 정부의 예산 사용은 노동개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노동개혁으로 노사 자율성을 높이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근로시간이 줄도록 유도한다. OECD가 2016년 한국에 대해 “정규직은 노동법과 법원의 결정, 기업 관행, 사회적 관습, 노조 활동의 결과 등으로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꼬집은 것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독려다.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못 박으면 대학 내 스타트업이 법인화하기 위해 밤늦게 일해도 위법이 된다”며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타당한 조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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