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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대도시에 문중 묘 1000여기가 모여 있다는데...

중앙일보 2018.04.04 00:01
 
지난 1일 대전시 동구 이사동 민속마을 재실에서 은진 송씨 승지공파 문중 회원 15명이 시제를 지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일 대전시 동구 이사동 민속마을 재실에서 은진 송씨 승지공파 문중 회원 15명이 시제를 지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500년 전부터 하나둘씩 조성된 문중 묘 1000여 기가 보존돼 있는 대도시 속 시골마을이 있다. 한곳에 이처럼 문중 묘가 많은 곳은 극히 드물다. 이 마을에는 또 재실(齋室·무덤이나 사당 옆에 제사 지내기 위해 지은 집) 14곳과 사우(선현과 향현을 제향하는 곳)·당우(작은 사찰) 6곳도 있다. 이들 건물은 한옥 형태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문중들은 요즘도 이곳에서 시제(時祭)를 지낸다.  

대전 동구 이사동 보문산 자락 은진 송씨 집성촌 민속마을
500년 전부터 만든 묘지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비석과 글
후손들 문화재로 보존하는 재실 등에서 지금도 시제 지내
대전시 이곳에 산책길 만들고 유교민속마을조성 나서

 지난 1일 대전시 동구 이사동 은진 송씨 집성촌에서 은진 송씨 승지공파 문중 회원 15명이 시제를 지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일 대전시 동구 이사동 은진 송씨 집성촌에서 은진 송씨 승지공파 문중 회원 15명이 시제를 지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동구 이사동에 있는 민속마을 얘기다. 지난달 30일 마을을 찾았다. 대전 시내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오도산과 보문산 줄기에 둘러싸여 있어 마을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200여 가구 주민 상당수는 아직도 농사로 생계를 잇고 있다. 재실 등 일부 한옥에는 은진 송씨 후손이 살고 있다. 
 
대전시 이사동 은진 송씨 집성촌 마을 전경. 묘지 1000여기와 한옥 재실, 당우 등이 보존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이사동 은진 송씨 집성촌 마을 전경. 묘지 1000여기와 한옥 재실, 당우 등이 보존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은진 송씨 승지공파 재실 안내판. 김방현 기자

은진 송씨 승지공파 재실 안내판. 김방현 기자

이 마을은 은진 송씨 집성촌이다. 회덕지방(옛 대덕군 회덕면)에자리 잡고 있던 은진 송씨는 가문이 번성하자 대전지역 여러 곳으로 퍼졌다. 이사동 마을에는 1392년 이후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 유학자 송준길은 이곳에 아버지의 묘를 쓰고 우락재를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 조선말기 유학자 송병화는 오도산 아래 영귀대에 봉강정사를 짓고 후학을 길러 이른바 난곡학파를 형성했다. 이후 문중 묘지가 형성됐고 후손은 재실을 지어 조상을 모시고 있다.
지난 1일 이곳에서는 은진송씨 승지공파 문중 회원 15명이 재실에 모여 시제를 지냈다. 승지공파 종손 송보영씨(78)씨는 “전주나 경주처럼 민족 고유의 전통을 살린 문화유산을 잘 가꿔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 이사동에 있는 은진 송시 취옹당 재실 입구.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이사동에 있는 은진 송시 취옹당 재실 입구. 프리랜서 김성태

송요년, 송남수, 송응서 묘역은 대전시 지정 기념물로, 월송재와추원재는 문화재 자료로 지정됐다. 조선 중기 학자 송남수(1537〜1626)는 이곳에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 국화를 심고 별당 이름을 ‘절우당(節友堂)’이라 지었다.  
이곳 묘에는 석망주(石望柱)가 거의 없고 16〜18세기 유행한 묘 동자석도 설치되지 않았다. 묘역에는 시대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임헌기 오정문화유산교육연구소장은 "문인석, 무인석, 동자석, 상석(床石) 등 석물의 조형미가 뛰어나고, 묘비(墓碑)에 새겨진 비문(碑文)도 유학자가 쓴 글과 글씨로 돼 있어 보존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묘역 주변에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받은 소나무 등 수천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대전시 동구 이사동에 있는 은진 송씨 재실(월송재). 김방현 기자

대전시 동구 이사동에 있는 은진 송씨 재실(월송재). 김방현 기자

대전시는 지난 1월 이곳 6㎞ 구간에 누리길을 조성했다. 누리길은 대전 둘레산길과 동구 구도동을 연결하고 이사동내 상사리마을을 에워싸듯 기존 등산로를 따라 이어진다. 탐방객 편의를 위해 나무계단, 안전매트, 정자, 벤치 등을 설치했다. 누리길에서는 소나무 사이로 옛 선비들의 사랑을 받던 매화꽃도 구경할 수 있다.
이사동 누리길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사동 누리길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송요년 선생 묘소 가는 길, 소화동천 계곡과 오적당·동로사 가는 길, 오도산 사한정, 구한말 항일의병장 이규홍 격전지 가는 길 등의 구간마다 다른 이름을 지었다. 길에서는 각기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누리길을 찾은 김민수(55)씨는 “이사동은 각종 재실과 한옥 등 문화재 말고도 보문산과 식장산, 대청호 등 빼어난 관광지와 가까워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동구 이사동에 있는 은진 송씨 묘지. 이곳에는 문중 묘 1000여기가 모여 있다. 김방현 기자

대전시 동구 이사동에 있는 은진 송씨 묘지. 이곳에는 문중 묘 1000여기가 모여 있다. 김방현 기자

시는 이곳을 2025년까지 유교민속마을로 조성하기로 했다. 199억원을 들여 유교민속과녹색관광 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재실 등 한옥을 개·보수하고 전통의례관과 유교문화 스테이 시설 등도 조성한다. 송직각상여놀이, 한천 우물제, 전승설화 등을 스토리텔링으로 만들기로 했다. 
대전시 이화섭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역사와 민속이 살아 있는 이사동 유교 민속 마을을 대전의 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매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가 매를 훈련시키고 있다. 이사동 마을에 가면 박 응사의 매 훈련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대전시]

매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가 매를 훈련시키고 있다. 이사동 마을에 가면 박 응사의 매 훈련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대전시]

이사동 주변에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꽤 있다. 대표적인 게 매사냥 기능보유자(대전시무형문화제제 8호)인 박용순 응사의 매 훈련 모습이다. 응사는 사냥용 매를 기르고 사냥하는 사람을 말한다. 박 응사는 이곳에 고려응방을 운영하고 있다. 응방은 고려·조선시대 매의 사냥과 사육을 위해 두었던 관청이다. 매사냥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평양숨두부집 주요 메뉴. [사진 대전시]

평양숨두부집 주요 메뉴. [사진 대전시]

 
이사동 마을 입구에는 60년 전통의 순두부집(평양숨두부집)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평양을 떠나 대전에 정착한 이한부씨가 창업했다. 지금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부드러운 숨두부에 양념장 한 숟가락 올려 먹는 맛이 그만이다. 숨두부란 순두부의 황해도식 방언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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