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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가나해역 피랍사건 조치 공개, 장기화 우려해 한 것"

중앙일보 2018.04.03 16:26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가나 해역에서 한국인 선원 3명이 납치된 사건을 정부가 공개한 것과 관련해, “여러 원인을 감안해 저희가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선사와 해적 간에만 직접적으로 대화하고 정부는 그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인질의 구출 시간이 굉장히 장기화되는 상황 등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또 그는 “이미 (외국 언론 보도로) 오픈된 상황에서 저쪽 인질범들이 어느 정도 압박을 받을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희들의 판단이었고 공개를 하면서 외교부와 협의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7일 가나의 수도 아크라 인근 해역에서 한국 선적의 참치잡이 어선 마린 711호(455t급)가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후 나이지리아 해군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납치범들이 고속 모터보트에 한국인 3명 등을 태우고 도주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당초 외교부는 사건 발생 직후 출입기자단에게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가 지난달 31일 저녁 갑자기 엠바고를 해제하고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곧이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귀국한 직후(지난달 28일)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을 피랍 해역으로 급파하라고 지시했다는 브리핑을 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갑자기 엠바고를 해제한 건 청와대 발표를 위한 수순이었다는 관측이 나오자 외교부는 2일 브리핑에서 “(엠바고 해제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사건 공개는) 저희가 판단했다”고 밝히면서 외교부가 머쓱해졌다.
 
 청와대의 사건 공개 결정은 이례적이다. 외교부 해외 피랍사건 매뉴얼에 따르면 납치 세력이나 테러범들이 국내 여론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몸값을 높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하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선사와 인질범들 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정부는 뒤로 빠져 있는 것이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런 관례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우리 군을 움직이고 (이를 알려 납치 세력을) 압박하는 게 협상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간 우리 정부가 해왔던 인질 구출 방식에서 매뉴얼이라는 것도 한번 리뷰해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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