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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선수는 화장" "해설위원 예뻐져"…성차별 부추긴 평창 올림픽 중계

중앙일보 2018.04.03 10:26
지난 2월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평창 겨울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중계 방송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이번 올림픽 중계에선 중계진의 성차별적 발언이 총 30건 지적됐다. [뉴스1]

지난 2월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평창 겨울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중계 방송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이번 올림픽 중계에선 중계진의 성차별적 발언이 총 30건 지적됐다. [뉴스1]

"여자 선수는 한 방 나오기 어렵다" "해설위원도 많이 예뻐졌다"…. 평창 겨울 올림픽 중계 도중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해설진의 문제성 발언들이다. 평창 올림픽은 역대 최다 여성ㆍ혼성 종목이라는 '성 평등' 기록을 남겼지만, 국내 미디어의 '성차별'은 여전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2월 9~25일 지상파 3사의 평창 올림픽 중계방송 325건에 대한 양성평등 모니터링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양평원, 지상파 3사 중계방송 모니터링
성별 고정관념 드러내거나 외모 평가도
'지렸다' 등 수위 넘는 선정적 발언 지적

올림픽 중계에서 드러난 문제성 발언은 총 30건이었다. 방송사 중에선 공영방송 KBS가 20건(66.6%)으로 가장 많았고 MBCㆍSBS가 각 5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발언을 한 사람은 남성 중계진이 27명(79.4%)으로 여성(7명, 20.6%)보다 많았다.
 
평창 겨울 올림픽 여자컬링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의 김영미, 김경애 선수가 스위핑하고 있다. 컬링 중계에서도 성차별적 발언이 여럿 나왔다. [연합뉴스]

평창 겨울 올림픽 여자컬링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의 김영미, 김경애 선수가 스위핑하고 있다. 컬링 중계에서도 성차별적 발언이 여럿 나왔다. [연합뉴스]

성차별적 발언은 주로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을 가감 없이 쓰거나 여성성ㆍ남성성 강조, 선수에 대한 외모 평가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언이 나온 종목도 다양했다.

"여자 선수가 한 방짜리 나오기가 솔직히 몇 번 안 되거든요."(컬링 여자 예선)

KBS의 남성 해설위원은 여성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선수는 차별화에 성공했어요. 곱고 약하게 생겼는데 강인함을 선보였어요."(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SBS의 여성 해설위원은 검정 바지를 입고 출전한 헝가리 선수를 두고 ‘여성성’을 강조했다.

 
KBS에선 불필요한 외모 언급을 주고받는 해설이 자막과 함께 지속해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 예뻐요. 여자 선수들." "(여자 선수들이 예쁘다고 말한) 해설위원님도 지금 많이 예뻐졌어요."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

 
다른 방송사도 비슷했다. MBC에선 경기와 무관하게 선수들의 화장한 모습을 언급하기도 했다.

"컬링은 화장도 하고 나오잖아요. 지저분한 모습보다는 깔끔한 모습이 낫지 않을까요?"(컬링 여자 예선)

 
블랙이글스의 싱가포르 페리(Ferry) 전개에 평창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가 함께하는 모습. 평창 올림픽은 성평등 대회로 꼽혔지만 미디어에선 성 차별이 여전했다. [사진 공군]

블랙이글스의 싱가포르 페리(Ferry) 전개에 평창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가 함께하는 모습. 평창 올림픽은 성평등 대회로 꼽혔지만 미디어에선 성 차별이 여전했다. [사진 공군]

경기와 무관한 선수 나이를 밝히거나 중계방송 수위를 넘나드는 선정적 발언도 있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에 출전한 프랑스 선수를 두고 "여자 선수가 나이가 굉장히 많은데요"라거나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아…지렸…팬티를 갈아입어야 될 거 같습니다"라고 흥분하며 내뱉는 식이다. 여자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나선 기혼 여성 선수를 두고는 '아줌마 파워'라고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확인된 성차별적 사례를 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개선 요청을 할 예정이다. 양평원은 "미디어 속 성 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계진들의 젠더 감수성 교육과 언론ㆍ방송 종사자의 양성평등 의식 함양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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