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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미세먼지, 중국 보이콧이라도 하자

중앙일보 2018.04.03 02:50 종합 30면 지면보기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김정은 방중 등 초대형 뉴스가 쏟아진 지난주, 내 관심은 딴 데 있었다. 떨어질 줄 모르는 초미세먼지 수치였다. 2015년 관측 시작 이래 사상 최악이라던 지난달 25일 이후 우리 동네 공기 질은 쭉 바닥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8단계 기준으로 체크하니 늘 ‘나쁨-상당히 나쁨-매우 나쁨’ 3단계를 오갔다.
 

싱가포르, 외국 대기오염 기업도 처벌
국가가 침묵하면 시민이 살길 찾아야

하늘을 뒤덮은 누리끼리한 오염물질이 서해 건너에서도 날아온다는 건 누구나 안다. 평소 30~50%, 심할 때는 80%가 중국발이라는 게 환경부 진단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국에 제대로 따지지도 못 한다. 부아가 치민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중국에 항의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지지가 쏟아졌다. 2일 오후 현재 22만 명을 넘었다. 청원한 이는 “중국과 협력하자는 데 이는 범죄자와 범죄를 예방하자는 셈”이라며 “국제 소송이라도 걸어라”라고 질타했다.
 
이런 판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을 만나선 이렇게 말했다. “중국 요인도 있으니 한·중 간 협력을 원하는 목소리가 우리 국민 사이에 높다”고. 아무리 외교 석상이지만 이런 물렁 대응이 없다. 그러니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출범시켜 공동 대응하면 좋을 것”이라는 공자님 말씀만 돌아오는 게 아닌가. 2일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도 미세먼지가 논의됐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국경 넘어 날아오는 오염물질은 참고 살아야 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옆 나라라도 대기오염 책임이 있으면 배상해야 한다는 판례가 여럿이다. 특히 싱가포르 연무 사건은 살아 있는 방증이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오는 연기로 큰 손해를 봐 왔다. 기업형 농장업체들이 밀림에 마구 불을 질러 매캐한 화무(火霧)가 싱가포르를 습격했던 거다. 옆 나라에 시달린다는 점은 같지만 대응은 완전히 달랐다. 2014년 ‘월경(越境) 연무오염법’이 만들어져 공기를 더럽히면 외국인·해외 기업이라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연기가 날아오자 싱가포르 당국은 1년 뒤 산불 주범으로 지목된 4개 인도네시아 회사에 벌금을 물리겠다고 통보한다. 역시 소용이 없자 결국 2016년 해당 업체 임원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입국 즉시 체포할 준비까지 해놨다. 강단 있게 나온 건 정부만이 아니었다. 기업과 시민은 오염 주범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제지 및 야자유(油)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적 대응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지난해 5월 시민 90여 명이 미세먼지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며 우리 정부와 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하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협력 부족으로 첫 재판이 1년 반 만인 올해 10월에 잡혔다. 이런 늦장 재판이 없다.
 
게다가 한때 매섭게 중국을 비판하던 환경단체들도 현 정부 출범 이후 목소리를 확 낮췄다. “중국을 상대해 봐야 별 효과도 없을뿐더러 여기에 중점을 두면 국내 문제가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요인이 최소 50%면 노력의 절반이라도 이쪽에 쏟는 게 옳지 않은가.
 
이렇듯 정부도 환경단체도 입 다물고 있으니 이제는 시민이 중국 오염 업체들을 상대로 보이콧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얼마 전 사드 논란 때는 어땠는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불매운동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환경보호를 위한 보이콧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2006년에는 맥도날드가 아마존 밀림을 밀고 재배한 콩에서 나온 식용유를 쓴다고 타깃이 되기도 했다. 나라가 제구실을 못 하면 시민 스스로가 살길을 찾아야 하는 법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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