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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비행기, 불 난 지하철서 긴급탈출… “배워야 살 수 있죠”

중앙일보 2018.04.03 01:16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3월 송파안전체험교육관 3층 철도안전체험장에서 아이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3월 송파안전체험교육관 3층 철도안전체험장에서 아이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우상조 기자]

“비행기 사고 나면 살아남기 어려울까요 쉬울까요?”
 

재개관한 송파안전교육관 가보니
씨랜드 화재참사 계기 세운 시설
2001년 건립당시 주민 반대 거세
재해·교통재난·생활안전 등 교육
전문가 “부모도 체험에 참여해야"

“어려워요!”
 
“90초 골든타임만 지키면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어요.”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송파안전체험교육관 4층 항공안전관 안은 캄캄했다. 모니터에는 비바람이 보였다. 비행기 안에서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대피하기 위한 교육을 위해서다. 교육에는 10~16살 초·중학생 23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비행기 내부와 똑같은 체험관에서 90초 동안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을 배웠다.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진행됐다. 교육관 3층에는 선박과 지하철 내부를 그대로 옮겨 놓은 시설도 있었다. 철도안전관에서 화재 대피 교육을 할 때 갑자기 지하철 내부 불이 꺼지고 연기가 나오자 몇몇 아이들이 “무서워요” “오 마이 갓”을 외치기도 했다. 소화기 안전핀을 빼고 화재 진압을 할 신청자를 받자 여러 학생이 “저요”를 외치며 손을 들었다.
 
이한성(15)군은 교육을 마친 뒤 “이제는 지하철이나 선박, 비행기에서 사고가 나도 주변 친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은 인솔한 김예빈(24)씨는 “시청각 자료로 수업할 때랑 참여도가 다르다. 아이들만 교육하기보다 보호자도 함께 안전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이 지난달 29일 재개관해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2005년 1층 건물로 개관했다가 2011년엔 2층으로, 이번엔 다시 건물을 4층 건물로 증축했다.
 
새로 지은 3·4층에서는 항공·선박·철도 등 대형교통수단 사고 발생 상황 체험이 가능하다. 리모델링 된 1·2층에서는 베란다 끼임 사고, 가구 넘어짐 등 생활안전 체험과 규모 9 지진이나 가상 태풍 등 재난 안전교육을 할 수 있다. 한 해 8억원 수준의 운영비는 지자체가 지원한다. 안재승 송파구청 안전기획팀장은 “모든 대형교통과 자연재해, 생활 분야까지 한 곳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모은 건 우리나라에서 이곳뿐”이라고 말했다.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은 1999년 발생한 씨랜드 화재 참사를 계기로 지어졌다. 경기도 화성시의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23명이 숨졌다. 사망한 아이들 19명 중 18명이 서울 송파구 관내 유치원생들이었다.
 
안전체험교육관을 운영하는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고석 대표도 이 사고로 쌍둥이 딸을 잃었다. 교육관이 있는 어린이 안전공원을 처음 만들 때부터 순탄치 않았다. 고 대표는 “사고당한 아이들 유해를 묻고 추모공원을 만든다고 소문이 잘못 돌면서 지역 주민 반대가 심했다”고 기억했다.
 
당시엔 ‘어린이 안전’이라는 용어도 낯선 시절이었다. 날씨에 상관없이 실내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4년이 더 걸렸다. 고 대표는 “1층 건물 지을 당시는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도 없었다. 스프링클러 설치 예산이 1400만원이었다. ‘설치 안 해도 될 예산이 왜 필요하냐’는 반대를 뚫고 겨우 달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관련 부처도 어린이 안전 교육의 대상을 넓히고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 방법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어린이 재난안전훈련 참여 학교 34곳을 선정하고 5월부터 11월까지 권역별로 4차례로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7곳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재난안전게임을 통해 가상현실에서 안전 체험을 하는 훈련도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늘려 어른도 함께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대표는 “아이들만 안전교육에 보내고 만족하는 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교육을 받아도 아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패닉이 오기 쉽다. 부모도 같이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안전 교육은 재난이나 사고에 대한 흥미나 공포를 유발하는 수준에서 그친 경우가 많다. ‘불, 지진은 무섭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두려움 속에서도 대처를 잘하면 살 수 있다는 교육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파안전체험교육관 이용하려면
◀ 운영 안내
● 단체나 개인 : 평일(월~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시(프로그램별 40~90분 소요)
● 개인 :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 휴관 : 일요일·공휴일
 
◀ 이용방법
● 인터넷(www.isafeschool.com)으로 예약
 
◀ 유의 사항
● 모든 교육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
● 예약 취소 및 변동사항은 최소 2주일 전 전달
● 취소절차 없이 당일 미방문시 향후 1년간 이용 제한
● 단체 10명 이하는 기관 내 교사 인솔로 진행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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