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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회장이 '만든' 땅에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 짓는다

중앙일보 2018.04.02 17:15
정주영회장이 폐유조선으로 물 막은 땅 
1984년 초, 충남 서산 방조제 공사 마무리를 앞두고 현대건설은 애를 먹고 있었다. 방조제 건설을 위해서는 둑을 쌓아야 했는데 아무리 큰 돌을 퍼부어도 초당 8m가 넘는 물살에 휩쓸려가기 일쑤였다.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사업', '지도를 바꾸는 사업'은 자칫 공기가 크게 지연될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때 정주영 전 회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고철로 사용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들여온 23만톤짜리 초대형 유조선을 물막이 공사 구간에 바짝 붙여서 가라앉히라는 지시였다. 가라앉은 유조선이 유속을 크게 늦추자 현대건설은 장비를 총동원해 둑 양쪽에서 10여일간 흙과 돌을 퍼부었다. 돌들은 떠내려가지 않았고 공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전 세계 건설업계에서 '정주영 공법'으로 이름 붙인 이 아이디어 덕분에 45개월로 예정된 공사는 9개월 만에 끝났다. 한국은 여의도 면적의 50배라는 땅을 새로 얻을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가 142MW 규모의 모듈을 공급한 미국 애리조나주 태양광발전소(AVSEⅡ) 전경.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가 142MW 규모의 모듈을 공급한 미국 애리조나주 태양광발전소(AVSEⅡ) 전경. [사진 현대중공업]

 
간척지 사업은 식량 자급이 강조되던 시절 농지 확보를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이후 식량 자급은 더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아니었고, 간척한 땅은 소금기가 많아 농업 생산성도 크게 높지 않았다.
 
이 땅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바로 태양광 사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일 "현대건설이 서산 간척지 96만㎡(약 29만평) 부지에 건립을 추진 중인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간척지 땅의 소유주인 현대건설은 2008년 A 지구 일부를 팔아 경영 자금으로 사용했다. 이번에 사용되는 땅은 B 지구에 유휴지로 남아 있던 땅 가운데 일부다.
 
총 공사비 1000억원이 소요되는 이 발전소는 65MW 규모의 발전 설비와 130MWh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갖출 예정이다. 국내에서 육상에 짓는 태양광 발전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가 태양광 모듈, 인버터 등 주요 기자재 공급을 맡았고, 현대일렉트릭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공급, 설치한다. 연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나면 2019년 1월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약 2만2000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의 2배에 이르는 전력을 저장하게 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한국전력 자회사와 전력 판매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 56조원에 달하는 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태양광 사업 관련 매출은 2000억~3000억원 정도로 비중이 높지 않다. 그러나 기술 경쟁력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세계적 인증기관인 미국 UL과 독일 VDE가 지정한 태양광 공인시험소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로부터 ‘최우수 등급(Tier-I) 태양광 모듈 업체’로 선정되면서 품질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강철호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대표이사는 “정주영 창업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역경을 극복했던 장소에서 미래형 에너지 사업에 나선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와 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태양광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은 국내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으며 매년 신규 설치 용량이 신기록을 세웠으나 2016년 904MW로 전년도(1134MW) 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상장사 기준으로는 OCI가 연 2조7300억원, 웅진에너지·신성솔라·에스에너지 등이 2000억~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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