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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네이버 지회’ 생겼다

중앙일보 2018.04.02 15:56 경제 6면 지면보기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에 민주노총 산하의 노동조합 지회가 생겼다. 네이버 설립 19년 만이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중 대기업 계열사나 외국계 기업을 제외한 곳에서 노조가 설립되긴 네이버가 처음이다. 

네이버 노조 홈페이지 캡쳐.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 지회는 2일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네이버 및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네이버 노조는 창립 선언문에서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초기의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IT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 문화는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회사의 엄청난 성장에도 불구하고 복지는 뒷걸음질 치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에서 일하는 직원은 일본에 설립된 라인을 제외하고 본사와 계열사를 합쳐 4000여 명이다.
 
IT업계에서 근무 여건이나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은 네이버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성과에 대한 분배와 보상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네이버 매출은 2013년 2조2591억원에서 지난해 4조678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5%가 넘는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의 경우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뒤늦게 나온 데다 그 액수가 직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쳐 직원들의 원성이 컸다. 성과급 등에 대한 불만이 이번 노조 설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년 전에도 네이버 내부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은 있었지만 번번히 무산됐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네이버의 조직 운영 방식도 직원들의 이해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015년 도입한 책임근무제의 경우 경영진 측은 ‘일일이 출퇴근 시간 체크를 안 하고 성과 중심으로 평가를 함으로써 개인별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고 업무의 속도와 효율성도 높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과정은 안 보고 결과만 보겠다는 취지 때문에 오히려 업무 시간을 늘어났다"고 비판한다. 
여기에다 네이버가 사업조직별로 담당 임원에게 인사ㆍ평가ㆍ연봉 등 권한을 전폭적으로 주고 있어, 직원들이 노조 같은 조직의 필요성을 더 느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가 정치적 이슈에 자주 거론되는 상황도 민주노총 산하 노조 설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노조는 창립선언문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투명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네이버는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우리의 자부심은 실망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네이버의 한 뉴스 담당 임원은 외부의 요청에 따라 스포츠 뉴스 배열을 수정한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뉴스 서비스나 댓글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선 네이버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설립된 만큼 향후 네이버 노조가 민주노총 등과 함께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네이버 측은 노조 설립에 대해 “노동조합 설립은 헌법이 명시한 근로자의 권리이므로 회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른 IT 기업들은 네이버 노조가 업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직이 잦은 IT산업의 특성상 회사에 불만이 있으면 노조보다는 이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 계열사나 일부 외국계 기업들에 노조가 있을 뿐 노조를 둔 기업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IT 산별 노조도 따로 없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네이버ㆍ카카오 등 IT업계에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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