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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 29세 직장인 “15번 여행”

중앙일보 2018.04.02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한국인의 필수 여행지로 떠오른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 전경.

한국인의 필수 여행지로 떠오른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 전경.

#직장인 오모(29)씨는 지난해 12월 회사 동료 넷과 일본 돗토리현을 찾았다. 대학교 3학년 때 첫 일본 여행 이후 15번째 일본행이었다. 2박을 료칸(일본식 숙소)에서 머무르며 쓴 비용은 70만원 남짓이다.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하고, 하룻밤에 30만원 남짓하는 료칸도 넷이 나눠 내니 1인당 7만~8만원만 부담하면 됐다. 나머지 교통비·식비·쇼핑까지 30만~40만원이면 충분했다.
 

동남아 제치고 해외여행 1번지
엔화값 6년 전의 3분의 2 수준
다양한 관광 인프라, 서비스 갖춰
가성비 따지는 2030 재방문 많아
작년 일본 찾은 한국인 714만명

오씨는 서울에서도 일본을 즐긴다. “얼마 전 이자카야에 갔더니 일본인들이 많이 마시는 ‘하이볼(위스키 칵테일)’이 있어 반가운 맘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윤모(39)씨도 지난 1월 오사카에 다녀왔다. 출장과 여행을 합해 오사카만 열 번 이상 방문한 윤씨는 이번엔 번화가를 피해 난바역 근처 작은 부티크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만 100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만족도는 컸다. 사흘 동안 오사카 교외 나카자키초 카페 골목에서 소일하며, ‘가심비(마음의 만족)’를 마음껏 누렸다. 옛 일본풍을 간직한 나카자키초는 최근 오사카를 찾는 한국인의 필수 행선지로 떠오른 곳이다.
 
윤씨는 “골목마다 한국말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나카자키초(나카자키쵸)’로 검색하니 2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뜬다.
 
도톤보리의 음식점·쇼핑가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넘친다. [사진 위키피디아]

도톤보리의 음식점·쇼핑가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넘친다. [사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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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가깝고도 싼 나라’가 됐다. 수년째 이어진 엔저(엔화가치 하락) 덕분이다. 2012년 1월 100엔당 1499원까지 올랐던 엔화 값은 지금 1000원 정도다. 일본이 동남아를 제치고 ‘해외여행 1번지’로 떠오른 이유다.
 
수치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714만 명에 달한다. 인구 5177만 명(2017년 12월) 기준으로 7명 중 한 명은 일본에 다녀온 셈이다. 인구 14억 명인 중국의 방일 여행객(735만 명)은 우리와 비슷하다.
 
방일 여행객은 올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1일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2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5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났다. 이는 중국인(134만 명)보다 더 많은 것으로 이 기간 일본을 방문한 해외관광객 중 최다 규모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외국인의 재방문율이 높다. 개성 넘치는 관광 인프라와 더불어 일본 특유의 서비스 덕분이다. 특히 ‘가성비’를 따지는 20~30대에 일본은 ‘가성비 갑(甲)’ 여행지다. ‘제주에 갈 바엔 일본에 가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일본에 다녀온 젊은 여행자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견문록을 전파하며, 여행을 재소비했다. 일본 여행 확산의 촉매제다. 엔저와 함께 저비용항공사가 늘어난 것도 일본 여행을 부추겼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한·일 탑승객(왕복) 규모는 264만 명으로 지난 2014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좌석점유율은 91%에 달했다.
 
반면 한국을 찾은 일본인 여행객은 지난 2012년 351만 명이 정점이다. 이후 곤두박질이어서 줄곧 200만 명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북핵과 위안부 재협상 논란 등으로 더 줄었기 때문이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는 “상대적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정치적 상황에 덜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일본에 비하면 국내 관광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관광수지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나 지자체는 관광 콘텐트 개발보다는 ‘외국인이 몇 명 들어왔다’는 숫자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원칙론이긴 하지만 개별 관광지나 쇼핑보다는 일본처럼 도시 전체를 팔 수 있는 도시 기반 관광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주·강나현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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