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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비트코인

(29) 아름다운 이별

중앙일보 2018.04.01 01:01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누구를 떠난다는 건 아픔일 수 있다. 10년 전 아니타와 헤어질 때도 그랬다. 이별의 곡절은 다 다를 건데 이렇게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다. 아마 사랑하는 연인들끼리는 이런 노래도 부르리라. 

 
“이제는 너를 보내야만 하는데 아직은 나의 사랑 알지 못한 채 지키지 못할 사랑이기에 내 눈물이 흘러. 널 잊어 줄게. 내가 널 보내줄게. 내 사랑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널 이제 놓아줄게.”

 
나도 그랬다. 그렇게 나는 옛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니타. 내가 너와 헤어질 무렵 너 모르게 센트럴 파크에서 서성이다 얼마나 울었는지. 지나온 일들이 정말 가슴에 사무쳐 오더군. 텅 빈 마음속에 늦가을의 스산한 공기가 허전함을 더하게 했었어. 지금 이 계절에 촛불을 켜고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사랑을 꺼 버릴까 두려워한 적도 있었지. 난 지금 아주 아파. 마음도 몸도. 그전에 누가 이별의 아픔을 물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는데. 이제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내 볼에 눈물이 흐른다. 폭풍 눈물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덧없이 꺼져 가리라. 동산에 올라 서성이며 아니타의 이름을 얼마나 많이 불러 보았나. 밖에 바람이 분다. 그녀가 내게 머플러를 매어주고 나는 그녀의 옷깃을 세워 준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마음에 두고 떠날 때가 되었다. 고독이 넘쳐나는 방에서 아니타의 웃는 모습이 내 폐부를 찌른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불러 본다. 이미 지나가 버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젊은 날의 열정과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한 슬픔이라 해도 말이다.

 
“사랑해. 아니타. 진정으로. 죽어도 네 모습 영원히 간직할게.”

 
사랑이건, 여행이건, 일이건 누구에게나 처음은 설렘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까 두렵다. 망자(亡子)의 지인들이 망자를 추억하는 시간에서 사토시 나카모토를 어떻게 생각할지, 나 빌이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촛불을 끄고 까만 밤에 적막이 흐른다. 나는 낯설게 다소 멋쩍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누군가와 스무고개를 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호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의 상념은 깊어만 간다.

 
“사토시 나카모토씨, 돈 벌기 위해서 비트코인 만드셨나요?”

 
“아니요. 지금 다른 가상화폐를 보세요. 한 해만 보면 비트코인보다 더 많이 상승한 것도 있어요. 코인을 만든 사람이 60% 이상을 가진 것도 많잖아요. 전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나눠주고 싶었어요. 비트코인의 세계에 들어와서 세계적으로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런 유인책이 필요했죠. 채굴이라는 것 말입니다. 무에서 유를 캐는 행위는 아름답잖아요.”

 
“무에서 유라고요. 당신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당신이 만든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제 비트코인은 전기 먹은 하마랍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경쟁을 할 거라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높아진 게 원인이겠죠. 자본주의 세계에선 돈이 벌린다고 하면 다 뛰어드니 그런 것이죠. 비트코인 생태계가 커지는데 이렇게 유지비용이 증가할 거라 생각은 못 했어요. 엄청난 에너지 낭비 문제를 발생하게 한 것에 대해 사죄를 드립니다.”

 
처음에는 참가자들이 적어 거래처리가 빨랐고 유지 관리 비용도 많지 않았다. 가난한 나라로 송금하는데도 저렴한 수수료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아져서 전송하는데 전기료도 많이 든다. 거래 승인도 채굴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란 사람이 B란 사람에게 송금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누군가가 채굴을 통해 가져가는 것이다. 그 채굴과정에서도 전기가 갈수록 많이 든다. 채굴장 대부분이 중국에 밀집되어 있었다. 이들은 전기료가 특히 싼 지역, 질이 나쁜 싸구려 석탄으로 발전을 하는 곳들에 대부분 몰려 있어 엄청난 공해와 온난화 가스 발생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이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발생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사토시 나카모토 씨. 의도하신 바와 달리 거래 처리 속도 문제를 짚고 넘어갑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송금 주문이 들어오는데 초당 비트코인이 처리 가능한 거래 숫자는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합니다.”

 
“네. 거래주문에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지연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에만 눈독을 들이지 말고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물론 최근 송금 목적을 위한 코인은 초당 처리가 아주 빨라 환율 차이에 의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요. 그런데 송금 수수료를 적게 내면 송금에 며칠이 걸린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어요. 이것 너무 한 것 아닌가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사람들이 수수료가 높게 책정된 거래를 우선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수수료를 적게 책정한 거래는 수수료가 더 높게 책정된 작업이 우선 끝날 때까지 선택에서 계속 뒤로 밀리죠. 처음에는 수수료가 쌌는데…….”

 
“누군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말하면서 최소 비자카드 주식의 시가 총액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더군요. 물론 지금 비트코인 시가 총액은 상상을 초월해서 높습니다. 비자카드의 경우는 초당 56만 건의 거래가 처리 가능한 압도적인 속도를 보여줍니다. 비트코인 처리와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전체 비자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모량을 체크해 보셨나요. 비트코인이 빨아들이는 에너지 소모량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작습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의 최초의 가상화폐란 점을 감안해 주세요. 말씀드렸듯이 송금에 적합한 코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분명히 비트코인이 거래지급 수단으로 사용되게 한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게 되었습니다. 전송금액보다 수수료가 더 많이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 역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적합한 블록체인 기술이 그런 문제는 해결해주고 송금 차원에서 비트코인보다 착한 코인도 많이 있어 그건 기쁨입니다. 비트코인 블록 크기를 고쳐야 하는 데 합의가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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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약해 보죠. 비트코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나 네트워크 지연과 거래 비용의 증가, 개발자들 사이의 의견 차이로 지불 수단으로서의 유용성은 떨어지고 있다. 맞습니까. 아닙니까?”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거래소에서 가격이 등락만 하는 카지노를 만드는 데 일조하셨습니다. 비트코인은 간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투자 초보자는 가격 급등락에 따라 큰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 아시죠. 지금 상황을 보면 투기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가격 급등락은 비트코인 이외에도 가상 통화 자체에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입니다. 설마 이 상태에서 달러, 유로화 같은 기축통화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신 이런 말은 하고 싶다.

 
“나는 세계인이 사용하는 화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화폐라 불리든 뭐든 세계인이 사랑하는 지급결제 수단이 내 목표였어요. 만약 지금과 같은 가격 급등락이 있지 않다면 현금 흐름이 긍정적이며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가상화폐 블록체인 모델로 산업이 발전하고 세계 소비자들이 잘살게 되는 데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더 좋은 가상화폐들이 목적에 맞게 만들어져 더 좋은 세상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지금 같은 카지노는 해롭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비트코인을 투자 수단이 아니라 대안 화폐로 이용하려고 할 때 가장 불안한 부분은 가격 변동성이다. 나도 그것을 인정한다. 비트코인이 처음 거래된 2010년 4월에 1비트코인의 가치는 14센트였지만, 2011년 5월에 27달러까지 상승했다. 2013년에는 유로존 위기와 미국,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평가 등이 기폭제가 되어 투기와 버블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폭등했다. 그해 11월에 1 비트코인 당 12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마운트곡스의 파산과 중국 인민은행의 거래 금지 이후 폭락을 거쳐 2015년에는 200~300달러대에서 거래되었다. 그리고 2017년 기록적인 상승을 이뤘다.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과 같이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릴 것이라면,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해 이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요?”

 
마지막 소리가 내게 심장을 멎게 하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내 분신에 대한 사망선고이지 않나. 그런데 비트코인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조치가 인위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내 분신으로 회의감이 들었다.

 
“왜. 대답하지 않죠, 지금 북한까지 가상화폐를 가지고 악성코드를 퍼트려 감염된 컴퓨터가 가상화폐를 채굴해 북한으로 송금하는 악성 프로그램이 발견되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최소한 양식 있는 사람으로서 이 세상과 이별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말은, 큰소리칠 힘도 없었지만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살았던 시대의 많은 물건이 박물관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나 역시 비트코인의 미래를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지폐는요? 그 역시 세상과 이별하지는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 4월 6일 금요일 새벽 30회가 이어집니다. 다음날인 4월 7일 토요일 새벽 대망의 최종회, 31회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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