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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논란’ 군인 외출·외박 지역 직접 가보니

중앙일보 2018.03.30 16:26
주말을 맞아 부대 밖으로 나온 군 장병들이 와수리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주말을 맞아 부대 밖으로 나온 군 장병들이 와수리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제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 사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강원도 등 위수지역 상인들이 자정 노력을 약속한 가운데, 여전히 일부 품목의 물가가 도내 평균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위수지역 논란 그 이후
PC방·여관 등 가격에 군인들 여전히 불만
"위수지역 폐지되면 무조건 나갈 것" 얘기까지
상인들 "요금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주민과 군인 차별하지 않는다 주장

물가가 실제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4일 강원도 철원군 와수리를 찾았다. 일명 '와수베가스(라스베가스+와수리)'라 불리는 곳이다. 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몰리는 지역 중 하나로, 군인들 사이에선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곳"이라 할 만큼 군인들의 '핫플레이스'여서다. 근무하는 군인이 많은 만큼 주말을 맞아 부대 밖으로 나온 군 장병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휴전선을 끼고 있는 철원군은 전체 면적의 99.8%(2016년 기준)가 군사 규제를 받는 대표적인 접경지로 육군 5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음식점 가격? 의외로 많았던 프랜차이즈  
우선 인근 음식점들의 물가는 '바가지'라 불릴 정도로 비싸진 않았다. 군인들이 즐겨 찾는 한 중국집의 자장면 가격은 그릇당 4000원이었고 볶음밥은 6000원, 탕수육은 1~2만원 선이었다. 커피 전문점이나 빵집, 분식집 등에도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였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가맹점마다 가격이 동일한 만큼 바가지 걱정을 덜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장병들이 많이 몰렸다.  
 
외출을 나온 군 장병 A씨는 "음식 가격엔 크게 불만이 없다"며 "예전에는 비쌌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프랜차이즈가 많아지며 가격이 다른 지역과 비슷한 편"이라고 말했다.
 
PC방 가격은 1시간에 1500원 
군 장병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PC방. 가격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군 장병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PC방. 가격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그러나 군 장병들의 불만이 많다는 PC방 요금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버스터미널 주변 PC방 5곳을 돌아본 결과 시간당 요금은 모두 1500원. 10시간 요금을 한 번에 지불하는 '정액제'를 할 경우 1만3000원(시간당 1300원)이었다. 
 
수도권 지역의 PC방 가격이 보통 1000원 선임을 고려하면 다소 비싸게 여겨질 수 있는 요금이다. 실제 강원물가정보망(3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PC방(1시간)의 강원도 평균 요금(1269원)보다 철원(1400원)·화천(1550원)·양구(1330원) 등 위수지역의 요금이 높았다.
 
터미널 주면 PC방 5곳의 요금은 모두 시간당 1500원이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터미널 주면 PC방 5곳의 요금은 모두 시간당 1500원이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여관은 하룻밤에 3만원, 단 '1인당' 
여관이나 모텔 등 숙소 가격에 대해서도 군인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일단 인근 여관들을 찾아 문의해본 결과 1박 요금은 3~4만원이었다. 물가정보망에 등록된 여관·모텔의 도 평균(4만153원) 요금과 철원(4만원)·화천(3만7500원)·양구(4만원) 요금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1인당'이라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이다. 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동료와 함께 숙소를 잡는 일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경우에 따라 여관비가 10만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모텔은 1박에 5~6만원의 숙박료를 불렀지만 현지에서 만난 군인들은 "같은 가격을 받는 도시 모텔 시설에 비하면 방이 비좁고 비싼 편"이라고 토로했다.
 
모텔 숙박료를 두고 외박을 나온 군인들은 "가격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모텔 숙박료를 두고 외박을 나온 군인들은 "가격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안지혜·이대홍 인턴

이들은 와수리 주변을 벗어날 수 없다. 불만이 있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 번화한 지역인 춘천이나 서울을 다녀오는 '점프(Jump)'를 하다 적발될 경우 무단이탈로 징계받기 때문이다. 한 병사는 "(물가가 비싸도) 다른 지역을 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또 군인이라고 (상인들이) 함부로 대하는 그런 게 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일 위수지역 폐지가 된다면 무조건 (다른 도시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명 '와수베가스'라 불리는 강원도 철원군 와수리는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대표적인 위수지역 중 하나다.

일명 '와수베가스'라 불리는 강원도 철원군 와수리는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대표적인 위수지역 중 하나다.

반면 군 장병과의 상생에 나선 지역 상인들의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군사지역 특성상 평일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이용요금을 내리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군인을 겨냥해 주말에만 요금을 비싸게 받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상인은 "5~6년째 (현재의) 요금을 유지하고 있는데, 평일 주말 관계없이 지역 주민과 군 장병 모두에게 동일한 요금을 받고 있다"며 "주말이라고 요금을 올려 받았다가는 큰일 난다"고 말했다.
 
앞서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군인들의 외출·외박 구역의 제한 폐지를 국방부에 권고했지만 곧바로 '지역경제 붕괴'를 우려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후 국방부는 군사대비태세 유지, 장병 기본권 보장, 지역 상생 협력 등을 고려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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