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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우물, 국내 최대 산성…부산 금정산 원정산행

중앙일보 2018.03.30 01:02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19)
금샘에서 바라본 금정산성. [사진 하만윤]

금샘에서 바라본 금정산성. [사진 하만윤]

 
이번 원정산행지는 부산 금정산으로 정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 금정산은 익숙한 듯, 낯설고 가까운 듯 먼 곳이다. 생각해보니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을 오르지 않았고 그 유명한 금샘조차 본 적이 없었다. 범어사에서 올라 북문으로 혹은 동문에서 올라 금정산성 마을에서 놀았던 기억이 전부다. 마음 한편이 헛헛했던 것이 이 때문일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야 하니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출발지는 서울 사당역. 무박 2일 일정으로, 금요일 저녁에 출발했다. 차량 이동 시간만 예상 산행 시간의 두 배나 된다.
 
 
낙조가 되면 금빛으로 변한다는 금샘. [사진 하만윤]

낙조가 되면 금빛으로 변한다는 금샘. [사진 하만윤]

 
“동래현 북쪽 20리에 있는 산으로, 산꼭대기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고 둘레는 10여척에 깊이는 일곱 치 정도가 되고 물은 마르지 않고 빛은 황금색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금정산을 이렇게 설명한다. 금정산이란 명칭은 금샘에서 비롯했다. 말 그대로 금빛 우물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범어사 경내로 들어가 내원암으로 가는 길을 들머리로 삼았다. [사진 하만윤]

범어사 경내로 들어가 내원암으로 가는 길을 들머리로 삼았다. [사진 하만윤]

 
범어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한다. 일행은 부지런히 산행을 준비했다. 그간 부산은 눈이 귀한 곳이었는데 어째 올해는 눈이 잦았다. 이번에도 주 중에 폭설이 내린 탓인지 가는 길 곳곳에 모아둔 눈 무더기가 채 녹지 않았다. 그런데도 얼마 걷지 않아 이마며 등에 땀이 맺힌다.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산행 중 만난 일출. [사진 하만윤]

산행 중 만난 일출. [사진 하만윤]

 
 
국내 3대 사찰 범어사 
새벽 여명에 범어사가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낸다. 범어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힌다. 일행은 범어사 안쪽에서 내원암 방향으로 길을 잡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느 산과 달리 정상까지 가는 길이 넓고 어렵지 않아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도중에 울창한 소나무 군락을 보며 걷는 기분이 꽤 좋다.
 
 
범어사에서 1시간 남짓 오르면 기암절벽 사이 우뚝 솟은 고당봉을 바라볼 수 있다. [사진 하만윤]

범어사에서 1시간 남짓 오르면 기암절벽 사이 우뚝 솟은 고당봉을 바라볼 수 있다. [사진 하만윤]

 
그렇게 1시간여를 오르면 우뚝 솟은 고당봉을 만나게 된다. 그리 높지 않으나 산 정상과 능선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풍화된 화강암의 기암절벽들은 금정산을 즐겨 찾는 이유가 된다.
 
정상인 고당봉에 서면 북문 근처 금정산성 모습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전경도, 부산시민의 상수원인 회동저수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고당봉에서 바라본 금정산성. [사진 하만윤]

고당봉에서 바라본 금정산성. [사진 하만윤]

 
지금의 고당봉 정상석은 부산 시민의 성금으로 제작된 것이다. 2016년 낙뢰를 맞아 일부가 파손된 옛 정상석은 북문 근처 탐방지원센터 앞으로 옮겨 보존 중이다.
 
 
고당봉 옛 정상석. 2016년 낙뢰로 깨진 것을 북문 근처로 옮겨 보존 중이다. [사진 하만윤]

고당봉 옛 정상석. 2016년 낙뢰로 깨진 것을 북문 근처로 옮겨 보존 중이다. [사진 하만윤]

 
정상인 고당봉에서 북문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우뚝 솟은 큰 바위 위에 금샘이 있다. 금빛 물고기가 오색의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이 샘에서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후 샘은 마르지 않고 낙조 때면 물빛이 황금색으로 빛난다고 해 금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근교에 살 때 자주 오지 못한 것을 내심 후회했다. 용출 샘이 아니라 빗물이 고여 마르지 않는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고당봉이 바라보이는 원효봉에서 추억을 찍다. [사진 7080산처럼]

고당봉이 바라보이는 원효봉에서 추억을 찍다. [사진 7080산처럼]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에 허기가 진 일행은 산길에서 만난 약수터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각자가 조금씩 준비한 음식이건만 여럿이 함께 모이니 제법 푸짐하다. 아침을 먹는 내내 이야기 또한 끊이질 않는다.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아침을 가볍게 즐기고 이번 산행의 종착지인 동문을 향해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북문에서 동문으로 가는 길. 왼쪽에 길게 이어진 산성이 길동무마냥 함께 간다. [사진 하만윤]

북문에서 동문으로 가는 길. 왼쪽에 길게 이어진 산성이 길동무마냥 함께 간다. [사진 하만윤]

 
 
금정산성, 조선 숙종 때 축성
동문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금정산성이 길게 이어져 있다. 마치 함께 걷는 길동무 같다. 국내 산성중 최대 규모인 금정산성은 그 길이가 19km, 높이가 1.5~3m에 달한다. 외적의 침범을 막기 위해 신라 시대에 축성한 것으로 추측하며 지금의 것은 조선 숙종 때 축성했다고 한다.
 
북문에서 동문으로 향하는 산성 길은 이미 봄빛이 드리웠다. 고당봉 정상에 맴돌던 시린 바람과 쌓인 눈은 간데없고 산뜻한 바람과 따사로운 볕이 ‘어쩔 수 없이 봄’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제3망루에서 바라본 풍경. 저 너머에 있을 동해를 맘속에 그려본다. [사진 하만윤]

제3망루에서 바라본 풍경. 저 너머에 있을 동해를 맘속에 그려본다. [사진 하만윤]

 
원효봉에서 의상봉으로, 다시 제4망루와 제3망루를 지나며 동래지역을 바라본다. 더불어 아쉽게 미세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 있을 동해의 푸르른 물빛을 머릿속에 가만히 그려본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산성을 따라 걷는 갈맷길 7코스를 걸으며 씻은 듯 사라진다. 정상에서 봤던 탁 트인 풍경은 또 얼마나 대단했던가.
 
이번 산행엔 개나리도 목련도 벚꽃도 없었다. 그런데도 길었던 겨울을 뚫고 기어이 오고야 말 봄의 역동성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범어사-내원암 기점-고당봉-금샘-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제3망루-동문. 거리 약 11km, 시간 약 5시간 40분. [사진 하만윤]

범어사-내원암 기점-고당봉-금샘-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제3망루-동문. 거리 약 11km, 시간 약 5시간 40분. [사진 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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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필진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 주말 산행 중독자. 누구나 오른다는 산!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산을 즐길까. 전국 유명산들의 등산 코스를 리뷰하고 자칫 간과하기 쉬운 건강한 산행법을 알아본다. 지금까지의 인적 네트워크와는 전혀 다른, 산행에서 만난 동료와의 폭넓고 깊이 있는 관계 형성법을 제시한다. 자신의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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