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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명칭은 3차 아닌 2018 남북 정상회담 … “정례화 의지”

중앙일보 2018.03.30 00:57 종합 3면 지면보기
29일 남북 고위급회담의 공동보도문은 다음달 27일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의 공식 명칭을 ‘2018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적시했다. 2000년 1차, 2007년 2차에 이어 ‘3차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명명하는 대신 연도를 넣은 것이다. 이날 회담 수석대표였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에는 차수(次數)를 붙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 열리는 회담으로 네이밍했다”고 말했다. 여기엔 남북 정상회담을 수시로 열고 정례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이벤트’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열게 되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91분 속전속결 남북 고위급 회담
실무형 정상회담 수시 개최 첫발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 구체화 포석
조명균 “당일치기 정상회담도 가능”
내달 4일 정상회담 실무접촉 갖기로

이날 고위급회담 일정을 다음달 27일 하루로 확정한 것 역시 수시 개최 및 정례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크다. 지난 5~6일 문 대통령 대북특별사절단이 남북 모두에게 부담이 덜한 판문점으로 회담 장소를 합의한 데 이어 실무형 정상회담 정례화의 초석이 놓였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운전자론’의 핵심 요소다. 남북 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해 운전대를 잡고 판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조 장관은 23일 한 특강에서 “앞으로 (당일치기 판문점) 형태로 대통령 임기 중에 여러 번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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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일정엔 북한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조 장관은 회담 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1박2일이 아닌) 하루를 일단은 염두에 두고 서로 얘기를 해 왔다”고 말했다. 27일을 택일한 것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북한과) 크게 의견 차이 없이 날짜가 합의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담 의제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 언급을 아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이 주요 의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 장관은 “그렇다. 북측도 저희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남과 북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에 갖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중 가장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회담장으로 출발하기 전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의제이자 앞으로도 중점을 두고 논의할 의제”라며 정상회담의 핵심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남북은 의전·경호·보도를 위한 실무회담을 다음달 4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북측과 비핵화 문제에 대한 협의는 통일부의 공식 라인이 아니라 서훈 국정원장을 중심으로 한 ‘물밑 라인’이 움직여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고위급회담은 일정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점심도 거른 채 속전속결로 끝났다. 오전 10시 시작한 회담은 53분간 전체회의, 두 차례의 대표 간 접촉에 이어 오후 2시 2~13분 종결 전체회의로 모두 91분간 진행됐다. 1월 9일 고위급회담이 모두 여덟 차례의 접촉을 통해 267분간 밀고 당기기로 진행됐던 것과 대비된다.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종결회의에서 “지난 1월 회담을 재개한 지 4개월 만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돼 시작과 동시에 절반 이상을 이룬 듯하다”고 말했다. 이선권 위원장도 “지난 80여 일 동안에 일찍이 북남관계에서는 있어 본 적이 없는 사변적인 일이 많이 생겼다”며 “마음과 뜻을 맞추고 노력과 힘을 합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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