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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넘어 이번엔 전두환…‘회고록’ 수사 직접 챙기는 검찰총장

중앙일보 2018.03.28 14:00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분위기는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고 한다. “역대 최고의 위기”라는 말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인 검찰의 처지 때문이다. 여권에선 ‘검찰 힘빼기’ 작업이 숨가쁘다. 야당은 과거 정부 수사를 두고 “잊지 않겠다”(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며 적의를 보인다.  

박근혜ㆍMB 이어 전두환도 수사 박차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작업”
광주 출신 문 총장 ‘발표시점’ 등 고민
수사팀에선 ‘불구속 기소’ 기류 감지
문 총장 과거 전두환 구속한 이력도

검찰 내부를 겨눈 여러 수사로 조직 분위기도 안 좋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취임(2017년7월25일) 9개월째를 맞는 문무일 검찰총장은 부쩍 말수가 줄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에서 고민이 가장  많은 사람이 총장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그의 고민거리가 한 가지 더 늘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사건 처리 문제다.  
1년 새 전직 대통령을 둘이나 구속한 상황이기에 여러모로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전두환 회고록’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단다. 문 총장을 최근 만났다는 한 인사는 “총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 수사 상황 및 발표 시점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게 엿보였다”고 전했다. 문 총장은 광주 출신으로, 대학생 때 5ㆍ18이 벌어졌다. 관심이 깊을 수 밖에 없다.
 
대검에 따르면 문 총장은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군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는 등 직접 챙기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담을 남긴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허위 주장을 했다”고 비난해, 지난해 4월 유가족과 5ㆍ18단체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수사는 광주지검에서 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연합뉴스]

대검과 광주지검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5ㆍ18 당시 나는 계엄사가 아닌 보안사 소속이었다” “문제가 된 회고록 내용은 대표 집필진이 썼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헬기 사격 의혹에 대해 “몰랐다”거나 “나완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수사팀 내부에선 기소 의견이 더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사실관계를 통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는 이유에서다.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헬기 사격 확인에다, 회고록 내용의 고의 여부(명예훼손)까지 입증해야 하기에 검찰 지휘부에선 마지막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보다 확실하게 물증 확보를 하고, 법리관계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주임검사(수사팀)와 지휘부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수사 방향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불응하고 있다.
 
대검 주변에선 전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하는 쪽으로 곧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광주지검의 수사는 단순히 사자의 명예훼손을 했는지를 넘어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과 관련한 수사”라며 “수사팀이 최근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5.18 명예훼손 관련 혐의로 피소된 전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5.18 명예훼손 관련 혐의로 피소된 전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화형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과의 인연=문 총장은 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다. 지역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 총장의 광주일고 동기생은 5ㆍ18 때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손윗동서는 계엄군의 곤봉에 맞아 중상을 입기도 했단다.
문 총장 자신은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등 12ㆍ12 쿠데타 주역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수사본부 수사진에 파견돼 이들을 구속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10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18 특수부 문무일 검사, 동생이 희생된 피해자 가족’이라는 제목의 기무사 문건(1996년1월 작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 총장의 출생과 학력, 이력을 기재하는 등 뒷조사를 한 것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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