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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조사위 "박근혜·김기춘 등 25명 이상 수사의뢰"

중앙일보 2018.03.28 11:01
지난 2016년 11월 공개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중앙포토]

지난 2016년 11월 공개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고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까지 개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위법·편법을 저지르며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병기 전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를 교육부에 요구했다. 수사 대상은 청와대와 교육부 관계자 등 25명 이상일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위촉한 위원회는 교수·교사·법조인·시민단체 관계자 등 15명으로 구성돼 7개월간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을 조사해왔다.
 
위원회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됐다. 당시 교학사 이외 교과서들이 '좌편향'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이 교과서 검인정 체제 강화를 위한 조직 설치를 지시하며 교과서에 대한 개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사위 "청와대가 편찬기준, 내용수정까지 개입" 
 
2014년 1월엔 여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교육부가 마련한 방안은 검정체제를 강화하는 방안과 국정화 전환 2가지였지만 청와대는 국정화 전환을 요구했다.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목포대 교수)은 "교육부가 국정화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했지만 반대 여론이 여전히 우세해 담당자가 질책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국정화 반대 여론의 확산으로 주춤했던 국정화 작업은 2015년에 본격화했다.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로 2015년 10월에 국정화 비밀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TF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국정화 우호 발언 메시지를 전달하고 민간단체의 성명서 발표 등을 지원했다. 검정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자료를 만들고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화 예산 44억원을 예비비로 신청했는데, 하루 만에 승인된 예비비 중 24억8000만원이 홍보비로 사용됐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위원회는 청와대가 편찬기준에도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와대가 편찬기준 21건을 수정하라고 요구해 18건이 반영됐다. 또 청와대가 편찬심의위원 16명 중 13명을 편찬심의위원 선정위원회의 추천 순서와 무관하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청와대의 편찬기준 수정요구 중에는 새마을운동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편찬기준에서는 "새마을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고 했는데, '한계'를 빼고 '의의'로 고치라는 요구다.
 
청와대, 국정교과서 어떤 내용 수정요구했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고석규)에 따르면 2015년 9월, 청와대 행정관이 교육부에 역사교과서 편찬기준 수정요구안을 전달했다. 문서에는 21개 내용에 대한 수정요구가 담겨있었다. 편찬기준은 교과서 집필진이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에 해당한다. 진상조사위가 밝힌 청와대의 주요 수정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동학농민운동 관련 내용, 독립협회 활동의 한계 관련 내용 삭제
-남북 평화 모색 활동에 관한 내용 삭제
-"새마을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표현에서 '한계' 대신 '의의'를 사용
-경제발전과 관련한 내용에서 '사회양극화'와 '환경오염' 삭제
교과서 집필진은 국사편찬위원회 주관으로 2015년 11월에 공모를 시작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미 국정화 전환 행정예고 기간인 10월에 집필진의 40%가 교육부와의 협의 하에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김정배 국편위원장이 교육부의 예비 명단을 참고해 집필진을 섭외하면 청와대가 최종 낙점했다는 것이다.
 
2016년 5월에 교과서 초고가 완성된 이후 검토 작업에서 교육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이 상세하게 내용을 수정하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만들어 국편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의 김정인 위원은 "예를 들면, '남쪽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이뤄졌다'는 부분을 삭제하게 했다. 주로 현대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민간단체 동원 의혹도 제기 
위원회는 청와대와 교육부가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상당수의 위법·편법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10월에 열린 전국역사대회에서 국정화 반대 성명 발표가 예상되자 이병기 비서실장이 교육부에 사전 대응을 지시했다. 역사대회 당일 고엽제 전우회 등의 단체가 현장에 난입했는데, 위원회는 이에 대해 "고엽제 전우회는 정무수석실을 통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또 위원회는 교육부가 청와대 지시를 받아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102명의 국정화 지지선언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국정화 비밀 TF를 조직할 때에도 법적 절차 없이 운영하다가 뒤늦게 기관장 결재를 받는 등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정화 전환 행정예고 기간에 교육부에 도착한 수만장의 국정화 찬성 의견서도 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의견서 중 1613건에 동일한 주소가 적혀있고, 한 사람이 100장 이상의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성명에 '이완용', 주소에 '조선총독부'라고 적힌 의견서도 발견됐다. 
 
위원회는 무더기로 도착한 의견서 중 형식적으로 문제가 없는 677건을 무작위 추출해 확인해봤다. 62%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답했지만 15%는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11%는 결번이거나 인적사항이 맞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고석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고석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위원회는 이 밖에도 홍보 동영상 제작과 집필진 선정 등에서도 불법이나 권한 남용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의 학술연구 지원사업에서 국정화에 우호적인 학자들이 선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정인 위원은 "연구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미리 명단을 보고 (국정화 반대 학자들을) 배제했다. 국정화 찬성자 중 1명은 연구과제가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 각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를 요구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문수석을 비롯해 당시 국정화 업무에 관여한 교육부 공무원 다수가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교육부 공무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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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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