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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국회 개헌안, 넘어야 할 허들 넷

중앙일보 2018.03.28 06:00
여야 3당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개헌안 논의를 위해 만났다. 왼쪽부더 김동철 바른미래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시작 전, 우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손을 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여야 3당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개헌안 논의를 위해 만났다. 왼쪽부더 김동철 바른미래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시작 전, 우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손을 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개문발차(開門發車)와 첩첩산중(疊疊山中).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기점으로 이제 막 시작한 국회 개헌안 논의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국회 개헌안 관련 첫 협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전날 정세균 의장이 주재한 정례 회동에서 권력구조ㆍ선거제도ㆍ권력기관ㆍ국민투표 네 가지를 주요 의제로 협의키로 했다.
 
첫날부터 세 사람은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놓고 입씨름을 했다. 우 원내대표가 “대통령 발의안은 국회가 제 할 일을 못 했기 때문이다. 쟁점과 의견은 충분히 나왔으니 각 당 결단만 남았다”고 말하자,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인 개헌 쇼를 신나게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겠다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맞받았다.
 
첫 만남, 첫 발언에서 보듯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하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①민주당 개헌안
 
이날 모두 발언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의안은 민주당 당론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 안을 토대로 국회 논의에 임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주당의 개헌안을 갖고 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국회가 수정을 못 하고 가부만 결정할 수 있는 만큼 국회 안을 논의하기 위해선 민주당 개헌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관제 개헌’이라고 규정하면서 국회에서 별도 개헌안을 만들 것을 주장한다. ‘관제 개헌 vs 국민 개헌’의 프레임으로 국회 논의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포석이다.
 
②지방선거 동시 개헌
 
개헌 시기에 대한 여야 입장은 평행선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은 ‘시기가 아닌 내용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변수는 여당 내의 다른 목소리다. 사석에서 “내용에 합의하면 개헌 시기는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의원들이 적잖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완고해 공식적인 발언을 삼갈 뿐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정세균 의장 주재 회동 후 “정 의장이 ‘국회 합의 정도에 따라 개헌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또한 같은 맥락이다. 국회 논의 속도가 빠르고 합의 가능성이 커질 경우 개헌 시기는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③선거 비례성 강화
 
국회 개헌 논의는 민주당이 야 4당에 고립된 구도였다.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비판하며 야권 공조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개헌 논의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 중진 의원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한국당의 발언에 깊은 고민 없이 그쪽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에 유리한 제도로, 그간 한국당이 가장 강하게 반대해왔다. 한국당이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정의당 등이 총리추천제를 수용했다는 주장이다.
 
④총리추천제
 
총리추천제는 여야 간 이견이 가장 큰 이슈다. 민주당은 “총리추천제는 변형된 내각제”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차기 대선 결선투표 과정에서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연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과반 대통령이 안 나오는 이상, 결선투표를 앞두고 ‘A당 후보는 대통령이, B당은 총리 추천권’을 갖는 형태가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헌법개정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도 “결선투표제를 보면 연합정치와 협치의 가능성이 다 보이는데, 진보정당도 보수정당도 다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민주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무너뜨릴 줄 알고, 야당의 합리적인 주장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추천제는 권력구조 논의의 핵심 쟁점이고, 권력구조는 전체 개헌안의 가장 큰 갈등 고리다. 총리추천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국회 개헌안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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