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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1호 민원, 1년째 제자리” 스텔라데이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

중앙일보 2018.03.28 01:37 종합 20면 지면보기
“가족 구심체였던 원준이가 실종되고 나니 가족끼리 대화가 사라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사업도 접었습니다. 원준이 엄마는 신앙의 힘으로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선사, 사고 원인 규명 관심 없어
블랙박스 회수 등 정부 나서주길

지난 26일 만난 문승용(59)씨는 지난해 3월 31일 남대서양 서남해역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에 승선했던 아들 원준(당시 24세)과 소식이 끊긴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배에 있던 구명정 2척과 구명벌 4척 가운데 구명벌 1척이 발견되지 않아 아직도 아들이 살아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당시 사고로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이 실종됐다. 원준씨는 2016년 1월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대체복무로 스텔라데이지호에 승선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졸업식 때 명예사관장(학생회장)으로 연단에 올라 “세월호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 실력을 갖추고 사명감을 갖자”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국인 실종자 8명 가운데 5명의 가족은 지난해 5월 14일부터 지금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매일 수색 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문씨도 혹한이 몰아친 지난 겨울 빠지지 않고 집회에 참석하느라 발가락 2개에 동상이 걸렸다. 생계수단이었던 무역업은 지난해 9월 접었다. 벌어놓은 돈으로 생활하며 집안 장손이자 장남인 원준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문씨는 “지금이라도 구명벌 1척을 찾아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언제인가 알 수 없지만) 멕시코 침몰사고 때는 실종자가 구명벌에서 438일 만에 발견된 적 있다. 인간의 생명은 그만큼 질기다”며 울먹였다.
 
가족·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호 민원으로 수색 재개를 요구했지만 1년째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시 수색 재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사고 원인 규명에 관심이 없어 정부가 침몰 지점에 심해 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등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사고 원인을 밝혀야 스텔라데이지호 같은 낡은 개조 선박의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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