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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임금보다 기술에 투자해야 청년일자리 는다

중앙일보 2018.03.28 01:25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년실업을 줄이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은 9.9%로 전체실업률보다 3배까지 높아져 있고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당국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청년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재정자금으로 매년 1000만원씩 3년간 한시적으로 임금을 직접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민간에 정부 개입 부작용 우려
3년짜리 한시적 대책 한계 분명
신입과 선배간 임금 갈등 우려
간접 인센티브 지원이 바람직

우리 일자리는 중소기업에서 90%가 만들어진다. 청년실업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고용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동안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해 왔다.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60%밖에 되지 않고, 직장의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 임금을 한시적으로 높여 청년고용이 늘어날 것이 기대되지만, 민간기업의 임금구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함으로써 발생할 부작용 또한 우려된다.
 
먼저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둔 한시적 대책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것은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고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임금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며, 3년 동안 임금만 보조해 주는 한시적 대책이다. 정책당국은 청년실업이 워낙 심각해서 응급수단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3년 동안만 임금이 높아지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려 할지는 의문이다.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가 낮은 임금에도 있지만 그보다는 직장의 안정성에 있다는 조사결과를 보면 이번 조치로 청년실업을 줄이기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직원과의 갈등도 문제다. 신입 직원에 대한 정부의 임금지원은 기존 직원들의 불만을 증폭시킨다. 먼저 입사한 기존 선배 직원보다 신입 직원이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회사에서 갈등이 높아질 수 있다. 사내 갈등이 지속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낮은 노동생산성이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
 
시론 3/28

시론 3/28

이렇게 보면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비록 공기업이었지만 신입 직원의 초임을 3500만원 이하로 규제하는 정책을 사용했으나 임기 전에 정책이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임금구조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청년일자리를 마련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각종 인센티브를 줘서 간접적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건설업의 경우 정부발주사업을 수주하는 기업에 대해 가산점을 주고,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경우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임금을 높이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정부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일자리는 민간기업이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지금과 같이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는다.
 
일본·미국 모두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사용해 고용이 늘어나면서 청년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듯이 기업에도 정부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워 주는 것과 같은 혜택을 통해 투자가 늘어나게 해 청년실업을 줄여야 한다.
 
나아가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중소기업 임금이 낮고 직장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기술력과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고 직장의 안정성이 높은 배경은 우월한 기술력에 있다. 정책당국은 재정자금 지원을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기술력과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우며 중소기업 고용 또한 늘어나기 쉽지 않다.
 
청년실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산업구조가 기술집약적이면서 노동절약적으로 변하고 있고, 조선 등 주력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경영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고용을 늘리고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비록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이 지연되더라도 일본과 같이 기술력만 있으면 해외에 수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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