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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 중국인민은행 투톱 체제로 … ‘미스터 런민비’ 뒤의 진짜 보스 궈수칭(郭樹淸)

중앙일보 2018.03.2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25일 중국인민은행 당서기에 임명됐다. 그의 공산당 서열이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보다 높아 궈 주석이 실제 인민은행의 실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25일 중국인민은행 당서기에 임명됐다. 그의 공산당 서열이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보다 높아 궈 주석이 실제 인민은행의 실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2월 23일. 중국 산둥(山東)성 성장 궈수칭(郭樹淸·62)이 성도인 지난(濟南)에서 베이징행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산둥으로 떠난 지 4년 만이었다. 그는 다음날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주석에 취임했다. 부실채권과 그림자 금융으로 중국 금융시스템이 흔들리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문 관료인 그를 불러들였다. 금의환향이었다.
 

인민은행 당서기 임명된 궈수칭
은보감위 초대 주석 자리도 겸임
중국 모든 은행·보험사 총감독
신임 이강 총재보다 파워 앞서

금융개혁 지휘할 개혁파로 꼽혀
공산당 주도 통화정책 전담할 듯

그는 2013년 3월 좌천성 인사를 당해 산둥성으로 갔다. 당시는 ‘미스터 런민비’로 불리던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퇴임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인민은행은 중국의 중앙은행이다. 당시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던 궈수칭은 유력한 차기 인민은행 총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저우 총재가 ‘두 차례 연임 불가’ 관례를 깨고 유임되며 모든 게 달라졌다. 그가 산둥성으로 밀려난 이유였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

이강 인민은행 총재

궈수칭에게 인민은행 총재가 될 기회가 다시 오는 듯했다. 지난 19일 저우 전 총재의 16년 ‘장기 집권’이 끝나서다. 하지만 그는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새 인민은행 총재에 이강(易綱) 부총재가 임명됐다.
 
궈수칭은 대신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위) 초대 주석이 됐다. 43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중국의 은행과 보험 분야를 감독하는 거대 통합기구의 수장을 맡았지만 중앙은행과는 인연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상황이 반전됐다. 궈 주석이 인민은행 당조(黨組·기관이나 기업 내 공산당 조직) 서기에 임명됐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의 ‘진짜 보스’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에 우선하는 당-국가(黨-國家) 체제다.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주요 기관이나 기업에는 공산당 산하 조직인 당조가 있다. 당(조)서기는 일반적으로 공산당 서열상 기관장이나 기업의 대표이사보다 높다. 궈 주석은 공산당 중앙위원이고, 이 총재는 중앙위원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후보위원이다.
 
로이터통신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달리 인민은행은 독립적이지 않다”며 이강 총재에게는 상왕이 등장한 셈이라고 전했다. 전에는 이런 상왕이 없었다. 저우 전 총재가 당서기를 겸임했기 때문이다.
 
궈 주석이 당서기로 등장하며 인민은행은 ‘궈수칭-이강’ 투 톱 체제로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인민은행 총재와 당서기를 분리한 건 이례적”이라며 “두 직책을 나눈 게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구분한 미국 대기업의 시스템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투 톱 체제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이 총재는 일상 업무 처리를 위주로 조직을 운영하고, 궈 주석이 공산당이 주도하는 통화정책 등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주요한 정책의 최종 결정은 일반적으로 당서기의 몫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내 기반이 확고한 궈 주석을 인민은행 당서기로 지명한 건 인민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공산당의 행보”라고 분석했다.
 
궈 주석과 이 총재는 대표적인 ‘개혁파 금융 관료’로 꼽힌다. 두 사람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이자 ‘중국의 경제 차르’로 불리는 류허(劉鶴) 부총리의 측근이다. 이들은 막대한 규모로 늘어난 기업과 지방 정부 부채로 인해 위기를 겪는 중국 금융 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인민은행과 은보감위를 한 손에 넣은 궈 주석이 중국 금융개혁의 총책임을 맡게 됐다. 은보감위는 단순한 통합 금융 규제 기구가 아니다. 종전에는 은행과 보험회사를 맡는 감독기관이 달랐다. 하지만 두 기관은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오히려 금융회사와 유착해 부패가 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진핑 집권 2기 국무원(정부) 통폐합의 핵심이 은보감위 출범인 이유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변화된 체제에서 중앙은행이 제도와 법규를 만들고 규제는 은보감위가 맡을 것”이라며 “궈 주석이 권한을 틀어쥐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궈 주석이 이러한 중책을 맡게 된 것은 금융 전문 관료로서 쌓은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능력 때문이다.
 
56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에서 태어난 그는 78년 톈진 난카이(南開)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인민대 경제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궈 주석은 국무원 경제체제개혁위원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저우 전 총재 등과 교류했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주도하는 국유은행 개혁 작업 등에 참여하며 ‘주룽지 사단’에 합류했다.
 
국가외환관리국장 등을 하면서 국유은행의 부실을 털어내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앞장섰다. 이후 중국건설은행장을 역임하며 2005년 10월 중국 국유은행 최초로 홍콩 증시에 건설은행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프레이제 호위 뉴에지 파이낸셜 디렉터는 SCMP와 인터뷰에서 “궈 주석은 중국 금융의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다양한 개혁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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