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경 주필
최악 실업률 … 한 세대 잃을 수도
중소기업 가면 3000만원? … 한계
최 회장의 공채 기득권 포기 주목
문 대통령, 노동계와 담판하길
3·15 청년일자리 대책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우세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신입이 선배 사원보다 많이 받는 임금 역전, 3년 뒤 지원금이 끊겼을 때 당사자들이 겪을 혼란이 거론된다. 혈세 4조원만 날릴 거라는 독설도 나온다. 하지만 중소기업 중심의 접근법은 바람직하다. 이번 대책은 청년들을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20만 개로 유도하는 데 초점을 선명하게 맞추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일자리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일하는 시간은 긴데 받는 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고 언제 잘리거나 망할지 몰라 청년들이 기피한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 아우성인데 중소·중견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모순된 현실을 해결하는 것”을 대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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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 회장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디테일이 많다. 기껏 키운 우수인재를 대기업에 보낸 중소기업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대기업 직원을 해당 중소기업에 한시적으로 파견하고, 가산점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우수한 경영 노하우를 익히게 될 것이다.
무거운 청년실업을 정부 혼자서 떠안고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8년 이후 21차례의 정부 대책이 돈만 날리고 모조리 실패했다. 그래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한 문 대통령과 감옥 안에서 이타적 해법을 궁리했던 최 회장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뜻밖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두 사람은 빈부격차와 실업을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의 가치에 대해서도 뜻을 함께 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뜯어고치는 구조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중소·중견기업 취업자와 대기업 취업자 간의 실질 소득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꼭 필요한 처방이다. 일시적으로 돈을 뿌려 대는 소득보전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을 과잉보호하고 있는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그들과 대화가 되는 진보정권이 확실히 잘 할 수 있다.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라지만 “노동운동의 대의에 따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도 같이 살자고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 기대 연명하는 좀비 중소기업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 대란을 못 막으면 결혼과 출산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나라 전체가 가라앉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기업인과 무릎을 맞대고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고, 노동계와도 가슴을 열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직을 걸고 뛰어야 한다. 잘만 하면 노동개혁도 성공시키고, 빈사 상태인 중소기업도 살려 한국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그게 청년도 살고, 나라도 사는 길이다.
이하경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