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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자민당의 9조개헌안, '우익 대본영' 일본회의 작품"

중앙일보 2018.03.25 15:05
 지난 주말 일본의 자민당이 사실상 확정한 평화헌법 9조 개정안 문안이 사실은 ‘일본 우익의 대본영’으로 불리는 일본회의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도쿄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도쿄신문 보도…아베와 일본회의의 짜고치는 고스톱
'2항존치,자위대 삽입'아베보다 먼저 일본회의가 주장
일본회의는 각계 총망라한 우익 점조직,아베의 기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열린 초당파 의원 모임의 신헌법 제정 추진대회에 참석해 헌법 시행 70주년인 올해 개헌의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지지통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열린 초당파 의원 모임의 신헌법 제정 추진대회에 참석해 헌법 시행 70주년인 올해 개헌의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지지통신]

자민당이 만든 문안은 ‘(일본이 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이 불인정된다는 헌법 내용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의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총리가 최고 지휘자인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내용이다.
 
 ‘전력불보유와 교전권 불인정’이란 현 9조2항의 내용을 그대로 두면서도 “이 내용이 자위대 보유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새로운 문안을 끼워넣는 방식이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뜻이 반영된 것이었다.  ‘군대 불보유’ 관련 조항을 완전히 없애면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자극해 개헌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였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부터 ‘군대불보유와 교전권 포기 조항을 그대로 두면서 자위대를 명기하는’방식을 주장해왔다. 당시 일본회의 등이 주최한 헌법집회에 자신의 영상메시지를 보내는 형식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런 주장을 펴기 전에 이미 일본회의 관계자들이 똑같은 내용의 문안을 주장했다고 한다.
일본 헌법기념일인 2016년 5월 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개헌파 집회가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헌법기념일인 2016년 5월 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개헌파 집회가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인물이 이토 테츠오(伊藤 哲夫)다. 
일본회의의 정책위원이자 총리의 외곽 브레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 2016년 9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일본정책연구센터’의 기관지에 “유감스럽지만 현재 여론은 ‘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각(탈출 또는 극복)’이란 맥락에서 개헌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곤 “교전권 불인정과 군대불보유를 규정한 (현 9조2항의)헌법조항을 유지하면서 ‘국제법에 기초해 자위를 위해 실력을 보유한다’는 조항을 새로 끼워넣자”고 주장했다.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그해 11월에도 같은 기관지엔 “9조2항을 당장 없애는 것 보다 자위대를 명기한 새로운 조항을 넣어 2항을 사문화시키는 게 낫다”는 일본정책연구센터 관계자의 주장이 올라왔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회의를 지원하는 ‘국회의원 간담회’ 역시 2016년 11월~ 2017년 2월 수차례의 논의를 거쳐 같은 주장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도쿄신문의 보도대로라면 결국 아베 총리는 아이디어 자체를 일본회의측에서 받은 뒤 이를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포장해 일본회의에 보내는 비디오메시지 형식으로 발표한 셈이 된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것이다.
 
 
일본회의는 개헌과 일본의 핵무장 등을 주장하는 보수 인사들이 결집한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신도(神道)계 종교단체들의 모임인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1997년 5월 합쳐 출범했다.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마다 본부를 설치하고 3000개가 넘는 기초단체에 지부를 둔 점조직으로, 정ㆍ재계와 학계 등을 총망라한 ‘지하 극우 사령탑’,‘극우 대본영’으로 불린다.  
 
단체의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아베 총리의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알려져있고, ‘국회의원 간담회’에도 자민당을 중심으로 200명이 넘는 의원들이 소속돼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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