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와인의 90%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만든 코셔(Kosher)와인이다. 유대교를 믿는 남성만이 와인 오크통을 관리할 수 있다. 이도교는 오크통을 만질 수도 없다.
이스라엘 와이너리 투어
지중해 햇볕과 바람이 빚은 와인의 풍미
고대 와인 재연하고 유기농법 실험 하기도

척박한 사막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스라엘은 사시사철 푸르다. 내리 쬐는 태양 아래 지중해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포도로 양질의 와인을 빚기 좋은 환경이다.
보르도에서만 연간 8억병을 만드는 와인 종주국 프랑스에 비하면 이스라엘의 와인 생산량은 한해 350만병으로 하잘것없다. 그러나 각종 와인 대회에서 이스라엘 와인이 입상하자 주목도가 커졌다. 이스라엘 와인의 20%는 미국·유럽 등으로 수출된다.

유럽과 미국에서 선진 양조 기술을 익힌 젊은 와인 메이커들이 이스라엘의 와인 산업을 이끈다.
예수가 마신 와인

레카나티 와이너리 와인메이커 길 샤츠버그. 팔레스타인 거주지에서 수확한 포도로 고대 와인을 재연한다.
고대 와인은 어떤 맛이었을까.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2000년 이스라엘 아리엘대학 연구진이 이스라엘 전역을 뒤졌다. 그 결과, 세계 어느 나라에도 등록되지 않은 토착 화이트와인 품종 ‘마라위’와 레드와인 품종 ‘비투니’를 팔레스타인 거주지에서 발견했다. 팔레스타인 농부가 기른 포도를 받아다가 유대인이 와인을 제조하는 곳이 레카나티(Recanati) 와이너리다. 대도시 텔아비브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헤퍼 벨리(Hefer Valley)에 있다.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연간 2000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 ‘고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마라위는 단 맛이 거의 없어 식전주로 알맞고, 비투니는 피노누아처럼 가볍게 즐기기 좋은 와인이었다. 시음비 15셰켈(약 5000원).
프랑스 와인이 꽃 피다

1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최초의 와인 양조장 카멜 와이너리.
1892년 첫 와인을 만든 카멜 와이너리는 지금도 연간 150만병의 와인을 제조한다. 와이너리 투어(25셰켈·약 8000원)를 신청하면 와인 4종류를 맛보고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드물게 아이스와인도 만든다. 일반적으로 포도 1㎏으로 와인 1병을 빚는데, 아이스와인은 수분이 빠져나와 농축된 포도 6㎏을 써야 한다. 맛과 향이 달콤해서 디저트로도 손색없다.
갈릴리에 자라는 포도

갈릴리 주변 경사진 비탈면에 포도를 키우는 키쇼 와이너리.
갈릴리호수는 산길을 오르다가 급작스럽게 푹 꺼진 땅에 고여 있다. 호수 수면은 지중해 해수면보다 200m 낮다. 갈릴리호수를 가운데 두고 주변은 온통 비탈진 언덕이다. 일찌감치 휴양지로 개발돼, 주변에 드라마틱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고급 리조트가 즐비하다. 요즘 비탈면은 포도밭으로 개간되고 있다.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 된다는 특성 덕분이다. 갈릴리 주변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향과 풍미가 뛰어나다. 키쇼(Kishor) 와이너리는 갈릴리 주변 해발 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소도시 카르미엘(Karmiel)에 여행객을 위한 비지터센터(입장료 35셰켈·약 1만1000원)를 두고 있다.
음악을 듣고 자란 와인

지중해식 샐러드와 궁합이 잘 맞는 로템 와이너리의 쇼비뇽블랑 와인.
◇여행정보=이스라엘은 외교부의 경보 2단계인 ‘여행 자제’ 국가다. ‘철수 권고’ 지역인 가자지구, ‘특별여행경보’ 지역인 서안(West bank) 방문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주 3회(화·목·토) 운항한다. 와이너리 투어는 각 와이너리에 예약 후 방문하거나, 현지 여행사 이스라엘와인투어(israelwinetour.co.il)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4~10월 사이 방문할 계획이라면 더위에 유의해야 한다. 기온은 30도 안팎이며 볕이 뜨겁다.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느리고 화폐는 셰켈(1셰켈=약 310원)을 쓴다.
이스라엘=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