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
몸과 지구 망치는 육식과 음주
현대인 생활습관 이대론 안된다
박아린 옮김
메디치미디어
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스노우폭스북스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로 고기를 먹으면 감칠맛, 씹는 쾌감, 포만감은 물론, 더 부유해지고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큰일 앞두고 고깃국 끓여주는 어머니와 잘 보이고 싶은 여성을 스테이크 집으로 데려가는 남자, 회식 때 “여기 2인분 추가요!”를 호기롭게 외치는 부장님에겐 공통점이 있다. 고기를 고기답게 하는 화학적 구성뿐 아니라 여기에 더해진 문화적·역사적·사회적 매력은 우리의 ‘육식 본능’을 자극한다.

어느 애주가의 고백
그러나 이 같은 동물성 단백질 사랑은 현대인의 건강에 적신호를 켜고 있으며 지구를 해치는 재앙이 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끼치는 영향으로 따지면 고기 패티 햄버거 한 개를 먹는 것은 자동차를 수백㎞ 운전하는 것과 맞먹는다. 더 많은, 더 맛있는 고기 생산을 위해 비위생적·비윤리적 축산이 횡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종종 집단 가축병이 돈다. 대안이 없진 않다. 다채로운 채식과 ‘인공 고기’들이 도처에서 실험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250만년에 걸친 인간의 육식 본능을 단숨에 대체할 순 없을 것이다. 출발은 고기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낭비하지 않는 것이 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고서 필자 생각도 그랬다. ‘이렇게 귀한 생명의 동물이니, 남기지 말자.’
![와인과 스테이크는 문화적·역사적·사회적 매력으로 우리를 중독시킨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3/24/d9d73dcb-6892-49df-96f2-91397f9e10f5.jpg)
와인과 스테이크는 문화적·역사적·사회적 매력으로 우리를 중독시킨다. [중앙포토]
술꾼은 안다. 술 때문에 행복이 배가되기도 하지만, 그 대가로 놓쳐버린 청춘의 시간, 통장 잔금, 나와의 약속이 또 얼마나 많은지.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속 술꾼처럼 술 마시는 게 부끄럽고, 그 부끄러움을 잊으려 술 마시는지도 모른다. 그런 ‘자기기만’을 이기고 술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술을 끊음으로써 “진정한 평화와 행복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는 저자의 생각이 혹시 자기기만인 건 아닐까.
고기를 끊거나 술을 끊은 사람은 인지 부조화의 원리에 따라 그러한 ‘금욕’의 삶이 의존적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 변화에 관한 책들이다. 지금의 삶으로부터, 생활습관으로부터 달라진 나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즐거움에 관한 얘기다. 끌리는가? 책에 따르면 실천은 의외로 쉽다. 오늘 하루만 끊자. 내일 눈을 뜨면 그 결심을 되풀이한다. 그렇게 결별한다. 연인과 이별 후에도 삶은 계속되듯, 떠나보내는 건 사랑했던 대상이 아니라 집착했던 나 자신일 테니.
강혜란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