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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 구속 … 정녕 이 길밖에 없었나

중앙선데이 2018.03.24 01:00 576호 34면 지면보기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법정에 이끌려 나오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불과 1년 새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에게서 똑같은 광경을 목도하게 됐다. 향후 이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우리나라에는 국가의 공식적 예우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전무한 상태가 된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민주국가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다.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는 불행한 역사
무리한 검찰과 MB 침묵이 사태 키워
선진국에선 전직 지도자 처벌에 신중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 비극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잉태됐다. 수사팀은 그를 구속하려 했고, 수뇌부는 망설이며 시간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간이 흘러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진영으로 정권이 바뀌자 상황이 역전됐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뒤 곧바로 구속됐고, 지난해 9월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구속=성공한 수사’라는 맹신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이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이는 검찰이 그가 대선 후보였을 때와 현직 대통령이었을 때 등 두 차례나 벌인 차명 재산 수사 결과를 180도 뒤집는 일이었다.
 
이 전 대통령에도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 그는 “정치 보복이다”고 주장했을 뿐, 뇌물 수수 등 중대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총체적 책임을 지는 전직 국가 지도자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직전에 공개한 글을 통해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며 사실상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가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진솔하게 이해를 구했다면 전직 대통령 구속에 반대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는 그만큼 커졌을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정녕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길밖에 없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수백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받고 있지만 프랑스 사법당국은 그를 구속하지 않았다. 독일의 헬무트 콜 전 총리도 정치자금 스캔들 때문에 정계에서 물러났고,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역시 무기 판매 비리 연루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이 그들을 타깃으로 삼는 수사를 벌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전직 국가 지도자에게 면책 특권을 주자는 게 아니다. 다만 구속이 능사가 아니며, 사법처리 방법과 수위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검찰은 기소 때 처벌 타당성이 있는 혐의만 공소장에 넣어야 한다. 법정에서 검찰이 망신주기식 인민재판으로 몰고 가면 또 한 번 국격(國格)이 떨어진다. 한 전직 고검장은 “오랜 친분이 있던 인사가 선물한 양복까지 뇌물로 영장 청구서에 적어 놓은 것은 지휘부가 말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법원 역시 냉철하게 사실을 가려 이 전 대통령도 수긍할 만한 판결을 내놓기 바란다. 이번 비극은 대통령이 인사·사면권을 포함한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만큼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권력구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말 다시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가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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