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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경찰 '미친개' 비유한 장제원 의원에 "돼지 눈엔 돼지만 보여"

중앙일보 2018.03.23 22:34
현직 경찰관이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의 일부. 조한대 기자

현직 경찰관이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의 일부. 조한대 기자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현직 경찰 A(40)씨가 23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겨냥해 만든 손팻말에 적힌 문구다. 무학대사의 글귀를 인용해 '돼지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격언으로 장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그 아래로는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는 문장을 적었다. A씨는 이 손팻말을 경찰 내부망과 페이스북에 올렸다. 다른 경찰 동료들도 이날 동일한 손팻말을 올리며 의견을 표출했다. 
 
경찰 내부가 장 의원의 발언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발단은 22일 장 의원의 논평이었다. 장 의원은 논평을 통해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 뜯기 시작했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 목표와 정권의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이라는 이해가 일치해 만들어진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도 했다.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동참글 목록 일부. 조한대 기자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동참글 목록 일부. 조한대 기자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는 “이날 오후 9시쯤 확인했는데 동참글이 220여 건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계속 달릴 듯 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경찰 내부에서 A씨처럼 장 의원의 발언에 충격을 받고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A씨는 “정치인들이 경찰 수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장 의원은 그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밤낮없이 사건 현장을 누비는 경찰 전체를 싸잡아 '정권의 사냥개'라고 하거나 '광견병'이란 표현을 쓴데 대해선 비판이 아닌 과도한 비난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앞으로도 이런 ‘비난’이 자제되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경찰·소방관은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위험을 자처하는 숭고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비난을 들을 때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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