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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무역전쟁 전선 IT로 확대될라…반도체 업종 주가 급락

중앙일보 2018.03.23 16:31
22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철강 관세 한시 면제 발표로 한국 통상 당국과 국내 철강 업계는 한숨 돌렸다. 하지만 여유 부릴 때는 아니다. 미국의 ‘관세 공격’이 다른 업종으로 확대되는 추세라서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지식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수입산 제품을 겨냥해 50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행정 명령에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했다고 적시했지만 철강 사례처럼 중국만 사정권에 들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중앙포토]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중앙포토]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 규모(500억 달러)만 공개했을 뿐 세부적 업종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산 첨단 기술 제품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삼았다. 트럼프 정부에서 기존 세탁기ㆍ태양광ㆍ철강ㆍ알루미늄에 이어 전방위로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23일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 동안 미국에 쌓인 무역 적자의 약 58%가 자동차ㆍ전자(IT)ㆍ기계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에 이어) IT 부문은 대미 흑자 규모가 크며,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추가 규제의 가능성이 있다”며 “세부적으로 보면 컴퓨터ㆍ냉장고ㆍ 무선통신기기ㆍ반도체 등이 무역 흑자가 큰 부문”이라고 짚었다.  
 
자동차는 이미 한ㆍ미 자유무역협상(FTA) 테이블에 올라있다. 트럼프 정부는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행정 명령을 앞서 발동한 상태다. 남은 타깃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다. 한국의 제1 수출 상대국은 중국이다. 대부분 반도체, 전자ㆍ기계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며 한국 기업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이 한국 IT를 직접 겨냥하든, 중국을 공격하든 반도체 등 국내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중국까지 미국산 철강ㆍ돈육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이날 내리면서 시계는 더 불투명해졌다. 한국 IT 제품 수출 비중이 큰 중국과 미국 사이 벌어진 무역 전쟁이다. 가열될수록 한국 경제엔 손해다.
 
23일 반도체 업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부. [중앙포토]

23일 반도체 업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부. [중앙포토]

 
주가에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다. 반도체 업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주주총회를 열어 50분의 1 액면 분할을 의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4% 가까이 급락했다. 하루 사이 10만3000원 하락하며 248만6000원에 마감했다.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6.21% 추락했다.
 
IT를 중심으로 미국 주가지수가 하락한 영향도 있었다. 페이스북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의 파문은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다. 여기에 무역 전쟁 변수까지 겹쳤다. 22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43% 하락했다. 페이스북(-2.66%), 아마존(-2.34%), 애플(-1.41%) 등 미국 IT 주도주 가격이 줄줄이 하락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2(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에 대한 불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변수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이는 이론상 전면적 무역 전쟁으로 돌입할 경우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양산하고 교역량 축소 등을 통해 국내에도 결국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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